파독 광부·간호사 여생을 돌봐 드립니다

올해는 파독(派獨) 광부·간호사 60주년을 맞는 해다. 1세대 파견인력은 이미 여든이 넘는 고령의 노인이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 경제 근대화의 주역이었던 이들은 타국에서 쓸쓸히 여생을 보내고 있다.

이들을 비롯한 독일 동포 1세대를 돕기 위해 2016년 비영리 사회복지 사단법인 ‘해로’가 베를린에 설립됐다. 장기요양기관인 해로는 ‘백년해로’에서 따온 명칭이다. 봉지은 해로 대표는 “독일 인구 8400만명 중 베를린에 거주하는 파독 근로자는 500명(독일 전체 3000명)에 불과하다”며 “독일 내 24.3%가량이 이주민이지만 그중에서도 정말 소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처음 해로가 시작된 건 2008년 치매에 걸린 한 파독 간호사 때문이었다. 1970년대에 독일로 건너온 A씨는 독일인과 결혼해 간호사로 정착했다. 자녀들이 독립한 후에는 홀로 남게 됐다. 자녀들은 한국어를 하지 못해 치매를 앓는 A씨와 소통도 불가능해졌다. 봉 대표는 “치매에 걸린 파독 근로자들이 자녀세대와의 단절 탓에 더 쓸쓸한 마지막을 보내고 있었다”며 “특히 치매 어르신의 경우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돌봄을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단체를 만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해로는 방문 요양서비스와 일상생활·가사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매주 일요일 오후 1시에는 혼자 사는 파독 근로자들이 모여 함께 식사할 수 있도록 자조 모임도 지원한다. 시설 입소 대신 재가 요양을 선택한 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해로는 독일 연방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긴 하지만 비영리기관 특성상 시간당 지원금액이 낮게 측정돼 있는 편이다. 방문간병은 시간당 15~17유로(약 2만1000~2만4000원)를 지원받는다.

봉 대표는 “다른 독일 사회복지기관과 달리 해로는 한국어로 돌봄을 진행하는데, 이것만으로도 이용자들이 심리적으로 안정을 느낀다”며 “해로라는 이름처럼 다양한 세대가 낯선 땅에서 함께 나이 들어갈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내 파독 광부·간호사를 대상으로 방문요양서비스 등 돌봄을 제공하는 비영리기관 ‘해로’의 봉지은 대표가 지난달 8일(현지시간) 베를린 해로 사무실에서 기관 소개를 하고 있다.
[출처] – 국민일보

베를린=글·사진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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