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회 교육의 8할은 자신 탐구

<해로>에서는 요즘 토요일마다 교육공간이 뜨거워진다. 배움과 봉사의 열정이 급기야 베를린의 여름 온도까지 높여버린 듯하다. 8주간 열리는 <해로> 일반자원봉사자(Unterstuetzung im Alltag)를 위한 교육 모습이다.

사실 ‘코비드-19’의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 탓에 모집광고도 고사(固辭)했다. 그럼에도 뜻있는 이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애초 6명 정도를 예정했지만, 9명이 교육을 희망했다. 연령대는 2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했다. 어린 나이에도 인생의 쓴 맛을 알아버린 청춘과, 짧지 않은 인생의 궤적 속에서 자신보다 더 힘든 이들을 돕겠다는 1세대 어르신도 손을 들었다. 어느 누구 하나 소중하지 않은 인생의 스토리는 없었다.

잠시 연구차 단기로 독일에 오게 된 50대의 K교육생은, 이곳에 머무는 시간 동안 도움의 행보를 걷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가족의 병환을 뼈저리게 경험한 그는 봉사의 중요성을 이미 터득한 듯 보였다. 현재 K는 교육과 함께 봉사현장에 나가고 있다. 그는 매주 일요일 아침 정기적으로 환우를 방문한다. 간병하는 가족을 위해 환우의 목욕을 돕기도 한다.

“어르신 잘 뵙고 갑니다. 제가 더 힘을 얻는 일요일이네요. 어르신이 멋쟁이가 되셨네요.”

“오늘도 어르신 잘 뵙고 왔습니다. 기분 좋아하시는 모습에 저도 좋네요.”

K 봉사자는 환우를 방문한 후 행복한 인사를 남기곤 한다. 봉사자의 메시지는 내 마음까지 따뜻하게 한다. 그는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라며 동기부여까지 명확하다.

어릴 적 아버지를 천국으로 보내드린 어느 유학생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주변 사람들이 건넨 도움의 손길을 기억했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교육 속에서 길을 찾고 있었다. 또한 안정적인 삶에 들어선 40대의 젊은 주부는 앞으로 인생에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싶다며 교육을 자청했다. 70대의 교육생은 삶의 트라우마 속에서 부단히 자신을 찾아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교육생 스스로 이웃이 필요했고 그 이유 때문에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다가가고자 했다.

인간은 하나의 인생도서관이다. 도서관 속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꿈틀거린다. 고요함 속에 들끓음이 있고 분주함 속에 외로움이 도사린다. 희로애락은 인생의 추(錘) 속에서 진자운동을 멈추지 않는다. 시간을 견디어오는 동안 삶의 고통과 기쁨 사이에서 반복을 거듭한다. 교육의 내용도 그에 발맞추어 자신을 찾아가고, 더 나아가 남을 돌아보는 것으로 귀결된다.

교육과정 속에서 각자 내면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특권이다. 각자 삶에서 퍼올린 지혜의 우물은 함께 한 교육생들에게 단순한 물이 아닌 명약이 되곤 한다. 마음 나눔은 서로를 치료하는 회복제다.

일반자원봉사 교육의 커리큘럼은 호스피스 Celler Modell을 준수하면서 봉사자가 알아야 할 실질적 프로그램을 연구했다. 이론과 심리적 측면의 균형을 유지하고, 형식적 수료가 아닌 봉사현장에 유용하게 활동되도록 구성했다. 일반 의학적으로 알아야 할 전문적인 분야에서는 외부강사가 함께 했다. 즉 노인성 질병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은 현직 의사를, 환우와 일상생활을 위한 위생(Hygiene)은 실무에서 활동하는 현직 젊은 간호사를 초대했다. ‘자기인식’, ‘경청’, ‘자신의 일대기’ 등은 교육생간 그룹활동을 통해 깊이 있는 통찰을 만들어갔다. 인간 상호작용에 앞서 본연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은 자원봉사자들에게 힘들지만 꼭 필요한 교육테마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일반자원봉사 프로젝트는 시간이 흐를수록 도움 수요가 늘어가고 있다. Pflegegrad(장기요양등급)를 받은 모든 재가형 환우는 해로 도움활동의 대상이 된다. 장기요양급여 신청에서부터, 등급자가 되어 도움이 필요한 경우까지 섬세하게 돕고 있다. 1세대 한국 어르신은 물론 이민 배경을 가진 외국인, 독일인 등도 포함되어 있다. 비록 다양한 인종과 국적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도움이 필요한 손길은 인종의 차별이 없다. 질병과 노년의 문턱에서는 모두가 공평해진다. 누구나 질병에 걸릴 수 있고, 누구나 삶의 마지막은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연대의 법칙으로 도울 수 있는 이가 도움이 필요한 이와 함께 하는 것. 그것은 바로 사람이 곁대어 서 있는 한자어 ‘사람 人 ‘의 진정한 의미 구현이라고 볼 수 있다.

박경란/ 사단법인 <해로> Alltagshilfe 자원봉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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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시작된 HeRo(해로)는 ‘우리는 어디서 어떻게 늙어가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코멘트에서 출발했다. 해답은 늘 사람이었다. 그야말로 이국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도움활동의 필요성으로 귀결되었다. <해로>의 입술로 연재를 시작하지만,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재독 동포들의 목소리를 그릇에 담으려 한다. 이 글이 고단한 삶의 여정을 걷는 이들에게 도움의 입구가 되길 바란다(필자 주)

2020년 7월 24일, 1180호 13면

링크 http://kyoposhinmun.de/serie/2020/07/27/69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