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회 아는 것이 힘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은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1561~1626)이 말한 격언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로 대표되는 베이컨식의 발상의 전환은 서양에 과학 시대의 발전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고, 이때를 기점으로 그동안 동양의 문물에 뒤져 있던 서양의 과학이 동양을 역전하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베이컨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책 “Organon(방법론)”에 대항하여 “Novum Organon(새로운 방법론)”을 저술하며 새로운 학문의 방법론을 소개하였다. 삼단논법으로 대표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연역적 사고”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맞지만,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하며, 자연에 대한 비밀을 밝히는 방법은 관찰과 실험에 기반을 둔 귀납적 사고가 중요하다고 하였다. 이때부터 베이컨식의 방법론이 출현하면서 과학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왔고, 각종 과학적인 생산물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하면 “모르는 게 약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은 알아서 괴로운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하다고 하는 말일 뿐이다. 실험하고 연구하여 얻은 지식으로 우리 삶을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들고 있는 것을 보면, 역시 아는 것이 힘이다!
기독교는 교회(敎會)라는 단어에도 가르침(敎)의 중요성을 담아두었듯이, 성경에는 지혜와 지식을 얻는 ‘교육’에 대해서 매우 강조하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가르치는 일을 교회와 제자들에게 사명으로 맡기고 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은 세상을,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살면서 배운 것을 토대로 해서 세상을 보기 때문에 가르침과 배움을 강조한다. 또한 성경은 강한 힘을 가진 사람보다도 지혜와 지식을 가진 사람이 더 강하다고 가르친다. 개인의 지식도 중요하지만, 성경은 집단 지성인 ‘지략’을 강조한다. “승리는 지략이 많음에 있느니라.”(잠 24:6).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하였다, 적을 알면 이길 수 있듯이 아는 것은 분명 우리의 힘이다.
H 이모님은 매우 총명하고 지혜가 넘치신다는 평가를 주위에서 받는 분이다. 재미있는 유머로 많은 사람을 즐겁게 하고, 여름철에 봉숭아를 잎과 함께 따서 냉동시켜 보관했다가 주변의 환자들이나 봉사자들의 손과 발에 봉숭아 물을 들여주신다. 작은 체구에도 항상 무거운 가방을 메고 다니시며 손에는 수첩을 놓지 않으신다. 그 수첩에는 기억해야 할 유머와 성경 구절, 만난 사람의 이름과 기도 제목들이 가득 적혀있다. 버스나 전철을 타고 다니실 때마다 수첩을 펴고 성경 말씀도 암송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읽으신다. 그 결과 성경의 산상수훈도 다 외우고 계시고, 시내의 전철역과 버스의 노선과 역 이름을 순서 하나 틀리지 않고 다 외우신다. 높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유머와 성경, 전철역 이름까지 다 외우시는 것은 계속되는 반복의 힘이다. 노화와 함께 점점 가물가물해지는 기억력을 이기는 방법은 반복하는 것밖에 없다고 하신다. 계속 반복하면 기억할 수 있고, 내 것이 될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우리 어르신들도 중요한 것은 적어놓고 계속 반복하면 반드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지난 5월 첫 주부터 남자 어르신들을 위한 “핸드폰 교실”을 시작하였다. 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어르신들의 핸드폰 교육에 대한 관심은 대단히 많다. 먼저 남자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작한 이유는 파독 1세대 남자 어르신들을 위한 주중의 모임이 없어서, 먼저 핸드폰 교육을 통해 남자 어르신들의 모임 가능성을 파악하고, 남자분들에게 필요한 활동이 무엇인지를 파악하여, 앞으로 남자분들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여자 어르신들도 핸드폰 교육을 해달라는 요청이 많은 것을 고려하여 조만간 여자 어르신들을 위한 교육도 하려고 한다.
남자 어르신들의 핸드폰 교육의 정원을 10명으로 제한했기 때문인지 오시겠다고 하셨던 분들이 오지 않으셨다. 첫날 교육은 여섯 분이 참석하셨지만, 그동안 불편하고 궁금했던 점들이 많아서인지 배움의 의지로 강의실의 열기는 뜨거웠다. 교육 진행은 핸드폰을 다루는 수준과 배우고 싶어 하는 내용이 각자 달라서, 매주 첫째 시간에는 기본 강의를 하고, 둘째 시간에는 질문과 문제를 해결해 드리는 시간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시간에는 봉사자가 한 명씩 어르신들과 짝을 지어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가르쳐 드리고 있다. 배워도 배워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어르신들의 특성을 우리 해로의 강사와 봉사자 모두가 어르신들을 오랫동안 섬겨온 까닭에 잘 알고 있다. 어르신들이 핸드폰을 익숙하게 사용하실 수 있을 때까지 꾸준한 반복 교육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배운 내용이 익숙하도록 숙제도 내드리고 질문하실 것을 적어오시도록 하고 있다. 매주 강의안을 프린트로 나누어 드리는데, 이것을 모으면 핸드폰 사용 매뉴얼이 되도록 준비하였다. 해로의 교육은 무료로 진행하지만, 끝까지 책임지는 교육이 되려고 한다. 교육이 끝나도 궁금한 것을 계속 질문하고 배워가며 해로의 봉사자들과의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는 교육이 되려고 한다. 비록 노년이라도 새롭게 알아가는 일들을 통해 새 힘을 드리고 싶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논어)라는 말처럼, 많은 어르신이 핸드폰 교육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배우는 기쁨이 가득하시기를 소망한다.
“지혜가 있는 사람은 힘이 센 사람보다 더 강하고, 지식이 있는 사람은 기운이 센 사람보다 더 강하다.”(잠언 24:5)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