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회 뿌리 깊은 나무는 꽃 좋고 열매 많이 맺나니

“불휘기픈 남ᄀᆞᆫ ᄇᆞᄅᆞ매 아니 뮐ᄊᆡ。 곶됴코 여름하ᄂᆞ니”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리므로 꽃 좋고 열매 많이 맺나니)

이 글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뒤, 훈민정음을 시험하기 위하여 정인지 등의 학자들에게 맡겨 펴낸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의 한 구절이다. 용비어천가는 한글이 반포되기 전에 훈민정음으로 쓰인 최초의 책이다. 용(임금)이 날아올라 하늘을 다스린다는 내용으로 건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역사가 짧은 조선 왕조의 정당성을 선전하고 찬양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빠른 경제성장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한글”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우리의 글자가 있기 때문이라는데 많은 사람이 동의하고 있다. 대조적으로 오늘날 일본의 성장이 멈춘 이유 중의 하나로 그들이 사용하는 글자가 가지고 있는 복잡성 때문이라는 지적한다. 우리 한글의 우수성은 표현하지 못하는 발음이 없고, 표기하지 못하는 글자가 없다.

우리는 한글이라는 엄청난 보물을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복 받은 민족이다. 한글은 우리에게 샘이 깊은 물과 같아서,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나라가 되도록 할 귀한 자산이 될 것이라 믿는다.

우리나라를 발전시킨 결정적인 요인 중의 하나는 역시 한국인의 교육열이다. 우리는 부모는 굶어도 자식은 교육 시키는 나라의 백성들이다. 해방 이전에는 국민의 문맹률이 80%가 넘었다고 한다. 그런 나라가 문맹률이 제로에 가까운 나라가 되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학교를 세우고 의무교육을 실시하였고 국비로 해외 유학을 보내 선진 과학기술을 배워오게 하였다.

바르고 좋은 교육은 뿌리 깊은 나무와 같고 깊은 샘물과 같아서 나라가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흔들리거나 무너지지 않게 한다. 또 우리는 열정과 근면성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국민성을 가지고 있다. 세계 180여개 나라에 800만 명이 진출해 있는 우리 국민들이 만든 네트워크도 앞으로 코리아를 세계의 선두 국가로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우리 파독 1세대 어르신들이야말로 해외 네트워크로서 진출한 독보적인 분들이다. 이분들은 나라를 일으키고 발전시킨 분들이다. 덕분에 한국의 많은 사람이 휴가철이면 해외여행을 하며 견문을 넓히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 요즘 한국교회의 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견문을 넓히는 교육으로 “아웃리치(outreach)”라는 프로그램을 많이 하고 있다. ‘아웃리치’는 ‘밖으로 뻗는다’라는 의미의 합성어이다.

‘아웃리치’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찾아가 도움을 주거나, 그동안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 감사한 분들을 직접 찾아가 감사를 표현하고 그분들로부터 삶의 교훈을 배우는 현장 교육이다. 이제는 해외여행을 통해 자녀들에게 견문을 넓혀주는 것만이 아니라, 건강한 인성과 세계관을 가지고 바르게 자라서 세상을 섬기는 사람이 되도록 가르치는 교육을 한다. 이런 활동을 통해서 역사와 문화를 바르게 보고 배우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지난 8월 4일에는 서울의 좋은나무교회 청소년 25명과 목사, 학부모, 교사 15명이 아웃리치팀으로 베를린을 방문하였다. 방문 목적은 파독 광부와 간호사로 독일에 오신 파독 1세대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뵙고 자신들이 오늘과 같은 많은 혜택을 누리며 잘살게 만들어 주신 파독 근로자들의 노고에 감사하고 어르신들을 삶을 몸으로 느끼고 배워가기 위해서였다.

해로 존탁스카페의 모임 장소가 좁기도 하였고, 더 많은 어르신들에게 감사를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베를린침례교회와 연합으로 예배를 드리고 청소년들과 함께 행사를 하였다.

좋은나무교회 청소년 아웃리치팀

좋은나무교회에서는 이번 아웃리치를 위해 1년 전에 답사팀을 보내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하였다. 청소년들을 지도하는 정학신 목사가 “예수를 믿는 사람은 은혜를 아는 사람”이라고 설교해 주셨다. 예배 후에 함께 하나가 된다는 의미로 맛있는 비빔밥으로 식탁의 교제를 나누었다. 해로와 베를린침례교회 어르신들이 정성껏 준비한 식사와 다과에서 고국의 아이들이 밝고 반듯하게 자라가기를 바라는 사랑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식사 후에는 이강우 담임 목사님의 눈물로 드린 감사 인사에 이어, 청소년들이 준비한 감사 편지 낭독, 찬양과 동요와 율동, 첼로와 피아노 협주 등이 계속되었다. 어릴 때 장터에서 볼 수 있었던 호박엿 장수가 깜짝 등장하여 어르신들에게 엿을 선물할 때는 모두 신나서 같이 웃었지만, 옛날 고향 생각이 나서 눈시울을 적시는 분들도 계셨다.

마지막으로 준비해 온 선물을 전달하는 시간은 얼마나 정성껏 준비를 잘했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건강을 위한 홍삼선물세트와 검정 고무신, 하얀 고무신 선물, 옛날 추억의 과자들로 가득 채운 양은 도시락 선물 세트, 손으로 정성껏 쓴 감사 편지와 함께 두둑한 용돈까지 넣은 주머니를 받으시는 어르신들의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흡족한 선물을 준비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예수 사랑하심을” 찬양하면서 어르신들이 앞으로 나와 아이들과 서로 껴안으면서 축복하는 시간은 어르신들에 대한 아이들의 감사가 마음으로 느껴지는 시간이었고, 어르신들도 감사와 위로를 받으며 아이들을 마음껏 축복하는 시간이 되었다.

은혜를 알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는 고국의 아이들이 뿌리 깊은 나무처럼 세상 가운데서 많은 열매를 맺게 되기를 소망한다.

“좋은 나무마다 아름다운 열매를 맺고 못된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나니,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못된 나무가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없느니라”(마 7:17~18)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

1374호 16면, 2024년 8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