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회 끝이 좋으면 다 좋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All’s Well, that Ends Well)”는 말은 셰익스피어가 쓴 희곡의 제목이다. 비록 과정은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지혜와 인내로 노력하여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내용이다. 우리 파독 1세대 어르신들은 파독 근로자로 오셔서 50년 이상을 독일에서 살아오셨고, 대부분 80세 전후의 연세가 되셨다. 이제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과업이 남았다. 지금부터 끝이 아름다운 삶을 꿈꾼다면 얼마든지 좋게 마무리할 수 있다. 해로는 어르신들의 삶의 끝이 아름답도록 도우려 한다.

  성경에는 ‘달란트 비유’가 나온다.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장사하여 갑절의 이익을 남겨서 칭찬받았다. 그러나 ‘한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장사하다가 망할까 봐 두려워서 받은 달란트를 땅에 묻었다가 원금을 그대로 주인에게 돌려주었는데 꾸중을 들었다. 손해본 것은 없지만, 자기를 믿고 과업을 맡겨준 주인의 기대를 알지 못한 불신앙 때문이었다. 주인의 관심은 이익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받은 것을 가지고 무엇을 하는가에 관심이 있었다. 이익을 남기지 못하더라도 가난한 이들을 위해 유익한 곳에 모두 사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달란트는 나에게 주신 시간’일 수도 있다. 남들에 비해 적은 한 달란트 같은 시간이 남았더라도, 성실하게 일하여 무언가 의미 있는 것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크고 위대한 일을 남기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 크기가 크다고 훌륭한 일이 될 수는 없다. 그 내용이 아름다워야 한다. “아름다운 일”에는 ‘감동’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일로 사람들에게 ‘유익’을 주어야 하고, ‘함께 즐거워해야’ 한다. 가난한 어르신이 폐지를 주워가며 어렵게 모은 전 재산을 학교나 복지재단에 기부하는 미담은 우리 마음에 감동을 주고, 사회에는 유익을 주며, 보는 이들에게 세상 살아가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끝이 아름다운 삶이다.

  해로는 커다란 일보다는 아름다운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어르신들을 섬기고 있다. (1) 해로의 섬김에는 ‘감동’이 있기에 아름답다. 해로는 우리 어르신들을 가족같이 잘 돌보려고 있다고 애쓰고 있다고 자부한다. 해로의 봉사자 그 누구도 돈 욕심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은 없다. 하나님께 받은 소명으로 최선을 다해 어르신들을 섬기려 하기에 감동이 있다. “존탁스카페”는 감동이 있는 최고의 ‘환대’ 장소이다. 최상의 재료로 맛과 정성을 더한 식사를 대접하는데 전부 무료다. 세상의 논리와는 다른 하늘나라의 원리를 따라 섬기다 보니 늘 감사가 넘치고 감동이 있다.

  (2) 해로의 활동은 ‘유익’을 주기에 아름답다. 봉사자들이 몸이 아픈 어르신들을 도와드리는 것 이외에도, 핸드폰 교실, 베를린 산책, 치매 예방교육과 건강강좌 같은 일상생활에 유익한 프로그램을 많이 제공하고 있다. 해로를 가까이 하면 일상생활에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정말 유익하다.

  (3) 해로의 활동은 ‘재미’가 있어 더 아름답다. 노래교실과 존탁스카페는 일주일 중에 가장 많이 웃는 시간이다. 어르신들에게 행복을 주는 프로그램이 많다. 모일 때마다 많이 웃고 대화하면서 삶의 활력을 얻어가는 곳이다.

  지난 9월 17일에는 추석을 맞아 특별한 모임을 가졌다. ‘치매 예방의 날’을 맞아 우리 동포 어르신들에게 노년의 건강관리를 위한 특별강좌를 준비하였다. 치매 예방의 날은 1995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알츠하이머협회(ADI)와 함께 치매 관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치매 환자 간호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도록 매년 9월 21일을 기념일로 정했고, 한국에서는 ‘치매 극복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이날을 법정기념일로 지키고 있다. 해로에서는 설립 초기인 2016년부터 치매 예방의 날 행사를 진행하여 올해 9회째 행사를 진행했다. 올해도 준비된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많은 분이 관심을 가지고 참석해 주셨다.

  올해 행사는 치매에 대한 교육이 아니라 우리 어르신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강강좌를 하기로 하였다. 노년기에 겪는 각종 통증과 질병, 그리고 우리 어르신들에게 꼭 필요한 예방접종에 대한 교육을 준비하였다. 가정의학과 의사인 최광렬 선생이 우리 어르신들의 건강관리에 필요한 강의를 열정적으로 해주셨고, 질의응답을 통해 어르신들의 건강관리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제공해 주셨다. 또한 앞으로 해로와 함께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

  이날은 우리의 전통명절인 추석이어서, 건강강좌를 마친 후, 송편과 전, 한과 등 명절 음식을 나누며 함께 담소를 나누는 즐거운 시간도 가졌다. 해로에서 준비한 음식 이외에도 조은영 부대표와 여러 어르신이 집에서 정성껏 만든 음식도 가져오셔서 풍성한 명절 잔치가 되었다. 함께 모여 명절 음식도 먹고 친구, 언니 동생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즐겁게 나누는 추석이 되었다.

  해로에서 준비하는 여러 행사와 교육마다 어르신들이 큰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니 참 좋은 일이다. 무료하게 집에만 계시지 않고, 밖으로 나와 생활에 필요한 정보도 배우고 친구들도 만나며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몸과 마음의 건강 모두를 위해서 유익하다.

  해로는 우리 어르신들에게 끝이 아름다운 삶을 만들어 드리려고 애쓰고 있다. 끝이 아름다운 인생을 위해서 해로와 함께 하시기를 소망한다.

“예수께서는 세상에 있는 자기의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셨다.”(요한 13:13)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