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회 협력하여 만드는 아름다운 세상

모든 생물은 유전자에 의해 부모로부터 다양한 유전형질을 물려받고 태어난다. 피부색과 얼굴 모습, 혈액형과 같은 것을 비롯하여 특별한 유전적 질병까지도 유전이 된다. 이러한 유전적 형질을 나타내는 물질은 DNA이다. DNA는 사람의 신체 구조와 기능은 물론 성격까지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DNA 검사를 통해 건강 상태와 질병까지도 알아낼 수 있게 되었다. 요즘은 DNA 검사를 통해 범죄 수사나 친자 확인, 장래의 질병 예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다.

  방송인 김창옥 교수는 선한 얼굴을 가진 부모에게서 못된 자녀를 본 적이 없다고 하였다. 자녀들이 선한 부모 모습을 보고 배우며 자라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녀들이 부모님에게서 보고 오랫동안 보고 배운 “삶의 DNA”가 있는데, 이것 또한 유전되어, 쉽게 바뀌지 않고 한 사람의 인생을 평생 좌우하기도 한다. 필자도 부모님으로부터 보고 배운 삶의 DNA가 평생 저와 함께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생을 교회와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해 온 아버지와 가정과 자녀들을 위해 희생하며 헌신하신 어머니에게서 보고 배운 섬김의 DNA가 오늘날 저의 삶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래서인지 요즘도 섬길 때마다 신이 나고 봉사할 때 새로운 도전 정신과 힘이 생기는 것을 알게 된다. 부모님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보고 배운 것일 것이다.

  예수께서는 당신이 이 땅에 오신 목적을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마가 10:45)라고 하셨다. 그의 한 마디로 삶은 섬김의 삶이었다. 그리고 우리들의 삶도 섬기는 삶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기독교의 기본 정신은 섬김을 바탕으로 한 사랑이다. 예수를 따르는 신자의 삶은 섬기는 삶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교회가 언제부터인가 힘을 더 많이 가지려고 하고, 절대 지는 법이 없이 반드시 이기려고 하기 시작하면서 교회는 세상으로부터 외면을 당하기 시작하였다고 생각한다.

  우리 해로 ‘존탁스카페’가 처음 시작할 때부터 목표와 표어는 ‘땅에 있는 작은 천국’이다. 100% 그렇게 되지는 못하겠지만 그런 목표라도 있으면 조금은 흉내라도 내지 않을까 하여 그런 목표를 내걸었다. 천국은 사랑과 기쁨이 있는 곳이다. 이런 분위기는 순수한 섬김이 있을 때 가능하다. 해로에는 섬김의 마음이 있는 봉사자들이 모인 곳이다. 섬기는 마음이 없으면 함께 하기 힘들다. 섬김에는 자기희생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해로의 봉지은 대표가 앞장서서 모범을 보이고 있으니 다른 이들도 보고 배우며 섬김의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이번에 다녀온 파독 근로자 1세대 어르신들의 “고향 방문”은 우리 어르신들을 최고로 잘 섬기자는 마음으로 시작하였다. 고령의 환자들이 대부분인 우리 어르신들이 혼자서 여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더구나 환자들을 모시고 한국에 다녀오는 일은 누구도 생각하기 힘들다. 특히 직항조차 없는 베를린의 상황에서는 더욱 그랬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조건을 헤쳐 나가기 위해 해로의 봉사자들이 지혜와 힘을 모았다. 봉사자 5명이 2주일 동안 자기의 소중한 시간을 들이는 섬김에서부터, 어르신들의 가방을 나르고 휠체어를 밀어드리는 몸으로 하는 수고에 이르기까지 희생과 헌신의 마음이 있기에 가능했다.

  참으로 감사한 것은, 이런 봉사를 하면서 전혀 생색도 내지 않고 묵묵히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모든 일을 내 일처럼 섬겨준 것이었다. 핸드폰도 없이 언니들의 집을 방문하려는 이모님을 배려하여 자원하여 새벽부터 하루 종일 큰언니 집으로, 작은 언니 요양원으로 여기저기를 함께 다니며 섬겨준 봉사자도 있었고, 갑작스럽게 형부의 장례식에 참석해야 하는 이모님과 함께 밤늦게까지 장례식장에 동행한 봉사자도 있었다.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생기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기쁜 마음으로 자원하여 솔선수범하는 봉사자들이 협력하여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

  고향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인천공항 비행기에서, 건강에 대한 염려로 의사 소견서가 있어야 탑승할 수 있다고 하여 탑승이 거부된 일도 있었는데, 해로 대표가 자원하여 하루를 더 머물면서 의사 소견서를 받고 다음 날 비행기로 함께 귀국하는 일도 있었다. 2주간의 여행으로 심신이 많이 지친 이모님은 공항 호텔에서 하루 더 쉬면서 푹 주무시고 컨디션을 회복하여 더 안전하게 귀국하도록 도우시는 은총까지 입고 여행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봉사자들이 서로 내 일처럼 생각하고 협력하며 어르신들을 섬기는 헌신이 있었기에 2주일 동안의 고향 방문을 조금도 어려움이 없이 마칠 수 있었다.

  또한 여행 내내 우리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섬기려는 한국의 교회들과 지인들이 많은 협력의 손길을 보내주었다. 석 달 전부터 우리 어르신들을 위해 예쁜 털모자를 손수 떠서 선물로 주신 교회도 있었고 내복과 수건, 여러 가지 음식들을 선물로 주셨다, 여러 차례의 귀한 만남과 방문을 가지면서 사랑의 마음이 듬뿍 담긴 선물과 오래 기억하고 싶고 잊을 수 없는 좋은 추억들을 많이 주셨다. 우리 어르신들의 표현처럼 ‘꿈을 꾼 것 같은’ 2주 동안의 “고향 방문”은 한국의 교회와 지인들의 귀한 섬김이 협력하여 만들어 낸 아름다운 작품과 같은 행사였다.

  우리 어르신들의 고향 방문을 위해 협력하고 힘을 모아주신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린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로마서 8:28)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