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회 진심은 반드시 통(通)한다

삼고초려(三顧草廬)라는 말은 인재를 맞아들이기 위하여 참을성 있게 노력한다는 말이다. 중국 삼국 시대에 촉한의 유비는 백성을 구할 큰 뜻을 품고, 자신을 도울 뛰어난 인재를 구했다. 추천을 받은 제갈공명을 책사로 영입하기 위해 그의 누추한 집을 세 번씩이나 찾아간 데서 삼고초려라는 말이 유래되었다. 유비는 두 번이나 제갈공명을 찾아갔지만, 그때마다 제갈공명은 유비를 만나지 않으려고 자리를 피하였다. 세 번째로 제갈공명이 집에 있다는 전갈을 받고 한걸음에 그의 집으로 찾아간 유비는 제갈공명이 자고 있다는 말을 듣고 그가 깨지 않게 하려고 멀리서부터 말에서 내려 걸어서 집으로 갔다. 제갈공명에게 겸손히 허리를 숙이고 예를 갖추면서 백성들을 구제하기 위해 힘을 모으자고 간청하는 유비의 진정성 있는 마음에 감동한 제갈공명은 결국 유비를 도와 삼국통일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하였다.

  삼고초려는 단순히 인재를 얻기 위해 여러 번 찾아갔다는 것보다는, 진심(眞心)이 깃든 간절한 마음이 결국 사람을 얻는다는 의미이다. 진심은 간절함이고, 간절함이 있으면 포기하지 않는다. 어렵고 힘든 일일수록 인내와 간절함이 필요하다. 정말 이루어야 하는 간절한 목표가 있다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여 마침내 목표한 과녁을 관통하게 된다. 하나님은 포기하지 않고 드리는 간청의 기도를 들으신다(눅 11:8)고 하였다. 진심은 반드시 통한다고 믿는다.

  사과나무를 심으면 10년이 지나야 제대로 된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고 한다. 해로의 나이가 열 살을 바라보고 있다. 이제 이전보다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봉사의 열매를 맺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해로는 우리 파독 1세대 어르신들을 잘 섬기려는 한결같은 목표와 진심을 품고 한 길을 걸어왔다. 해가 갈수록 점차 연로해져 몸과 마음이 점점 연약해지는 파독 1세대 어르신들을 보면서, 우리 어르신들을 더 잘 섬길 수 있는 좋은 방법과 장소를 달라고 진심으로 계속 기도해 왔다.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고민할 일도 아니겠지만, 해로는 아직도 상근직원의 급여를 제대로 주지 못하는 부족한 재정 형편이어서, 쉼터나 그룹홈을 할 수 있는 좋은 장소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쉼터를 해보려고 구청에서 임대하려는 카페에도 지원해 보았고, 우리 어르신들을 위한 장소라고 생각되면 어디든 찾아가서 문을 두드려 보았다. 목표는 분명했지만, 오랫동안 응답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루어야 할 간절한 목표가 있기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파독 60년을 지나면서 우리 어르신들의 연세도 80세가 넘는 분들이 많아졌고, 홀로 살고 계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고령의 어르신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기억력과 인지능력이 점점 떨어지면서 크고 작은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혼자 살고 계시기 때문에 늘 식사를 소홀히 하기 쉽고, 게다가 하루 종일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기에 인지능력은 더욱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이런 어르신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규칙적이고 영양가 있는 식사와 가족처럼 돌보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동체가 시급하게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이런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섬기기 위해, 해로에서는 주간보호센터 역할을 하는 쉼터를 먼저 열기로 했다. 낮 동안에 쉼터에 나와서 대화를 나누며 식사도 하고, 노래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유익한 활동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노화의 속도도 늦출 수 있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감사하게도 아주 크지는 않지만,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며 어르신들을 섬길 수 있는 집을 구했다. 해로가 시작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는 여러 선교단체가 같이 사용하는 사무실을 빌려서 여러 모임도 하면서 어르신들을 섬겨왔다. 새로운 장소는, 현재 살고 계신 집주인이 해로를 위해 장소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주었다. 집주인께서 이사를 하면 수리를 한 후, 연말을 전후하여 어르신들을 섬길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해로가 독립된 공간을 가지게 되면 이전보다 더 많은 활동도 하고,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에게 주간보호센터와 같은 쉼터와 사랑방의 역할도 감당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오랫동안 기도해 온 어르신들을 위한 쉼터를 시작하려면 앞으로 준비해야 할 일이 더 많다. 먼저는 새로운 장소를 꾸미기 위해서 내부 수리를 해야 하고, 필요한 가구와 집기를 구입하여 어르신들이 사용하기에 편리한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 또 지금까지는 존탁스카페에서 1주일에 한 번만 점심 식사를 드렸지만, 앞으로는 점차 식사를 드리는 날을 늘려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보다 봉사자가 더 많이 필요하게 될 것이고, 어르신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하고 프로그램을 담당할 봉사자도 세워져야 한다. 교회들이 협력하여 봉사하면 좋겠다.

  지금까지 해로의 섬김은 아무것도 없는 데서도 수많은 봉사와 섬김을 계속해 왔다. 해로 봉지은 대표를 비롯한 많은 봉사자의 헌신과 파독 어르신들의 도움으로 점진적으로 발전을 해왔다. 지금까지 해로의 발자취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어르신들을 섬기는 일이라면 열심히 섬겨왔다. 해로는 지금까지 진심을 가지고 어르신들을 섬겨왔고, 앞으로도 진심으로 섬김을 계속할 것이다.

  해로는 파독 어르신들을 섬기는 데 진심을 가진 봉사단체이다. 진심은 통(通)한다고 했다. 통한다는 의미는 막힘이 없이 잘 진행된다는 말이다. 해로의 섬김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막힘없이 진행되길 소망한다.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갈라디아서 6:9)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