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회 2024년 해로의 희로애락 뉴스

연말이 되면 우리는 시간의 빠른 흐름을 절감한다. 새해를 시작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며칠만 지나면 또다시 새해를 맞기 때문이다. 우리 어르신들은 시간이 ‘날아간다’라고 말씀하신다. 시계의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다. 그러나 나이에 따라 그 빠르기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

  이스라엘의 지도자 모세는 시간은 빨리 흐르고 인생은 짧다는 것을 한탄하면서 “우리의 일생이 얼마나 짧은지 헤아릴 수 있게 하셔서, 우리가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시편 90:12)라고 기도했다. 그런 기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지혜롭다고 할 수 있다. 시간의 흐름이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연말연시를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지나버리는 것은 조금은 아깝고 자신에게 무책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연말연시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의 의미를 생각해 보고 반성해보는 좋은 기회가 된다. 어떤 사람이 나이가 꽤 많은데도 여전히 유치하게 말하고 행동하면 우리는 “나이를 헛먹었다.” “철이 덜 들었다.”하고 비판한다. 만약 우리가 내년에도 지혜롭게 행동하지 못하면, 내년 한 해뿐만 아니라 남은 일생을 허송세월할 수도 있다. 2024년은 결코 다시 오지 않는다. 우리는 연말연시를 보내며 시간에 대해서 생각하고 배워서 2025년에는 더 지혜롭게 되어야 하고, 그렇게 되려고 노력해야 더 보람 있고 가치 있게 살 수 있을 것이다.

2024년을 돌아보면,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지나간 일들에는 기쁜 일도 있었고 슬픈 일도 있었다. 힘든 일도 있었지만 새로운 희망을 주는 일도 있었다. 연말이 되면 언론사별로 10대 뉴스를 발표하곤 하는데, 우리 해로에는 기억에 남을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돌아보게 된다. “희로애락(喜怒哀樂)”의 시간을 생각해 보니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우리에게 다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해로의 1년을 돌아보며 가장 “기뻤던 일”(喜)은 무엇이었을까? 점점 많아져 가는 치매 환자 어르신들과 요양보호 환자들을 위한 주간보호센터를 할 수 있는 “HeRo Haus”를 할 수 있는 장소를 구하고 계약한 일이다. 내년이 되면 해로가 설립된 지 10년이 된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쉼터” 서비스로 어르신들을 섬길 수 있게 되어 너무 기쁘다. 새롭게 리모델링 공사가 끝나면 몸과 마음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을 더 잘 섬길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될 것이다. 봉사자와 프로그램을 더 준비해야 하지만,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주어진 일이 제일 기쁘다.

  순서상 “화가 나는 일”(怒)을 생각해 보면, 생각나는 것은 별로 없다. 굳이 화나게 하는 일이라면 우리가 어르신들을 진심으로 정성을 다해 섬기고 있지만, 가끔 우리를 잘 모르시면서 재정이 투명하지 않다거나, 이단 종교로 돈을 빼돌린다고 비난하는 일이 있다. 우리는 수입이 많지 않아서 직원들의 월급을 제대로 주지 못하는 영세한 봉사단체이기에 수고하는 분들에게 오히려 미안할 정도로 투명하고, 베를린의 여러 교회와 기독교 단체에서 인정받는 모범적인 봉사단체이기에 그런 오해에 적극적으로 해명할 필요를 느끼지는 않는다. 파독근로자 어르신들을 섬기는 우리의 헌신을 하늘에서 기억해 주시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있다.

  파독근로자 어르신들을 섬기다 보면 “슬픈 일”(哀)도 있다. 가정방문을 하며 섬기던 어르신들이 우리 곁을 떠나 하늘나라로 가시는 일이 점점 많아지는 것이다. 때로는 모임 때마다 나오셔서 사진도 찍어주며 함께 했던 봉사자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일은 너무 우리를 슬프게 한다. 만나면 헤어지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사별은 너무 슬프다. 우리 어르신들이 아프지 않고 오래오래 우리 곁에 계시기를 기도한다.

  올해 가장 큰 즐거움(樂)을 준 이벤트는 역시 ‘고향 방문’이었다. 혼자서는 한국에 갈 수 없는 환자 어르신들을 모시고 함께 고향 땅을 밟는 일은 너무 기쁜 일이고 큰 즐거움이었다. 2주 동안 함께 먹고 자고, 전국을 돌며 여행하였고, 고향 방문과 가족 상봉의 시간도 가지며 우리 어르신들에게 큰 즐거움을 드린 일은 정말 잘한 일이고 보람 있는 일이었다. 재정후원을 위해 힘써주신 (사)호스피스사랑의울타리 (이사장 박남규 목사)와 후원자, 봉사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2024년에도 해로가 어르신들을 비교적 잘 섬겼다고 평가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사각지대에서 도움을 못 받고 계신 어르신들도 있고, 해로의 힘과 봉사자만으로는 우리 어르신들을 모두 만족하게 섬기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마음은 더 잘 섬기고 싶지만, 손이 모자라서 다 섬기지 못하여 죄송한 마음이다. 더 효율적으로 어르신들을 섬길 수 있도록, 더 많은 자원봉사자가 세워지고 업무용 자동차를 비롯한 봉사시스템이 잘 갖추어지기를 바란다. 그동안 열악한 환경에서 말없이 우리 어르신들을 섬겨준 봉사자들의 수고와 헌신이 너무도 고맙고, 감사하다.

  해로(偕老)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우리 어르신들이 복되게 나이 들어가시도록 돕는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특별히 몸이 아프신 어르신들을 잘 섬기도록 더 많은 힘을 쓰려고 한다. 새롭게 마련되는 HeRo Haus에서 더 나은 섬김으로 어르신들을 도울 수 있도록 기도하며 잘 준비하려고 한다. 봉지은 대표를 비롯한 모든 봉사자가 한마음이 되어 기쁨으로 섬길 수 있도록 아낌없는 격려와 응원을 해주시길 바란다.

“하나님이 우리 집안을 축복해 주시리라. 그가 깨어지지 않고 변하지 않을 영원한 언약을 나와 맺었으니 어찌 그가 나의 모든 구원과 소원을 이루지 아니하시랴!”(사무엘하 23:5)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