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회 스토리가 있는 인생은 아름답다!
‘눈물 없는 인생에는 무지개가 없다’라는 인디언 격언이 있다.
인생의 겨울이 있어야 성숙한 연륜의 나이테가 생기듯이, 눈물과 무지개가 공존하는 인생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스토리)가 많게 마련이다. 우리들의 삶은 희로애락을 담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아서 때로는 웃음과 감동을 주지만, 때로는 슬픔과 고통을 주면서 우리의 인생 이야기를 적어 간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의 인생이 모두 극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에서도 의미 있는 스토리를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작은 경험 속에서도 교훈을 얻고, 실패 속에서도 다시 일어선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스토리이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삶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우리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가야 한다. 스토리가 있는 인생은 아름답다. 스토리를 만들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가뭄이 와도 마르지 않는 샘과 같아서, 세상의 큰소리와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 스토리가 있는 삶을 살면 고난이 와도 힘들지 않게 이겨내며, 아침이슬 같은 세상의 욕심에 휘둘리지 않는 자유를 누릴 수 있다.
해로는 우리 파독 1세대 어르신들의 지나온 발자취를 스토리로 만드는 작업도 의미있는 소중한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여 2021년부터 매년 “세대공감 파독 사진 공모전”을 해왔다. 지금까지 모여진 사진들은 파독의 기록이 되어 많은 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로 만드는 일을 해로는 계속 하려고 한다.

지난 2월 21일에는 DKF(독일 건강 및 간호 직업 분야의 국제 전문 인력을 위한 역량 센터)와 함께 “1960년부터 오늘까지 – 독일에서 활동하는 국제 간호사들”이라는 큰 주제로 행사를 개최하였다. DKF는 독일 연방 보건부(Bundesministerium für Gesundheit)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프로젝트로, 국제적으로 교육받은 보건 및 간호 분야 전문 인력들을 지원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해로는 2024년 가을부터 매달 모임에 참여하여 기획과 세부 프로그램을 함께 준비하며 우리 파독 간호사들의 삶과 이야기를 알리는 일로 준비하였다. 이번 행사는 1960년대부터 독일로 이주한 국제 간호사들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현재 활동 중인 간호사 및 간호 교육생들이 함께 참여하여 교류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되었고, 여러 나라의 이민 배경을 가진 간호인력과 관계자들이 많이 참석하여 성황리에 행사가 진행되었다.
이번 행사의 시작은 1960~70년대 파독 간호사로 오신 해로 어르신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합창으로 감동적인 오프닝을 하였다. ‘내 맘의 강물’, ‘선한 능력으로’를 합창을 한 후에, ‘홀로 아리랑’을 합창할 때는 참석자들이 모두 손을 맞잡고 우리 가락에 맞추어 같이 흔들며 축제와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서 큰 박수와 호응을 받았다.
다양한 출신 국가와 여러 세대의 참가자들이 함께한 가운데, 1960년대부터 독일에서 활동한 간호사들의 경험과 도전, 그리고 오늘날 국제 간호사들이 직면한 현실에 대한 다양한 환경에 대한 조언과 토론이 있었는데 독일 의료 시스템 내에서의 문화적 차이, 언어 장벽 극복 방법, 인종차별 극복, 경력 개발 등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이 공유되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이외에도 다양한 워크숍과 함께 요리하고 함께 노래 부르며 친목을 다지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준비되어 참가자들의 좋은 평가가 있었다.
“패널 토론” 시간에는 1966년에 독일로 온 주은자 간호사가 패널로 참여하여, 60년대 파독 간호사로서의 경험을 공유해서 큰 감동을 주었다. 또한 해로에서 특별히 준비한 파독간호사들의 이야기 “낯선 이에서 친구로(Von Fremde zu Freunde)”를 상영하는 시간도 있었다. 이 작품은 김헌호 봉사자가 1960년대와 1970년대 독일로 이주한 박정자, 염복현 간호사의 인터뷰를 담은 8분짜리 영화로 제작하여 상영하였는데, 파독 간호사들의 경험과 독일 사회에서의 적응 과정을 잘 조명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해로는 단독으로 “낯선 이에서 친구로(Von Fremde zu Freunde)”라는 주제로 ‘특별사진전’을 준비하여 한국의 간호인력의 파독 60년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알렸다. 사진전은 정선경 선생님이 기획하고 준비하였는데, 지금까지의 개인 사진 중심의 사진 전시회와 달리, 독일에서 활동한 국제 간호사들의 삶과 이야기를 담은 사진과 함께 인터뷰한 내용도 함께 전시하여, 이분들이 살아온 여정을 스토리 형식으로 전달하여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파독 간호사들의 입독과 어학교육, 적응하며 지낸 간호사의 삶, 독일 친구들과의 우정과 결혼, 간호사로서의 자기개발과 은퇴까지의 활동을 이야기 형식으로 정리하여 이민자인 간호사로서의 삶을 잘 소개하여 오랫동안 발걸음을 멈추고 보도록 하였다. 이번 행사의 공동 주최자이며 베를린 사옥을 행사장소로 제공한 BARMER에서는 방문객들의 반응이 너무 좋다면서, 행사 당일만 전시하기로 했던 사진 전시회를 일주일 동안 추가로 연장해서 전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하였다.
우리 파독 근로자 어르신들의 삶의 이야기는 소중하다. 한 분 한 분의 삶이 아름다운 이야기(스토리)로 남아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도전을 주길 소망한다.
“우리가 이것을 숨기지 않고 우리 자손에게 전하여 줄 것이니, 곧 주님의 영광스러운 행적과 능력과 그가 이루신 놀라운 일들을 미래의 세대에게 전하여 줄 것이다.”(시편 78:4)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
1400호 16면, 2025년 2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