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회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요즘 한국의 TV 프로그램을 보면 새삼 놀라는 일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정말 노래를 잘하는 재야의 고수들이 대단히 많다는 것에 놀란다. 이것을 보면서 우리나라 국민이 정말 노래를 잘하는 민족이라는 생각을 누구나 갖게 한다. 더욱이 요즘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BTS와 같은 젊은 팝그룹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노래를 잘하는 민족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한국인의 노래 사랑은 나이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노래를 좋아한다. 귀에 이어폰을 꽂은 젊은 사람들을 비롯하여 트로트에 열광하는 어른 세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에게 노래는 생활이고 삶이다. 노래는 단순히 소리를 내고 듣는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다. 노래는 우리에게 건강을 주는 보약이다. 노래를 힘껏 부르면 운동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게 해주는 훌륭한 다이어트 도구이다. 특히 합창과 같이 힘차게 부르는 노래는 우리가 복식호흡을 하도록 해주어 건강에 좋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복식호흡은 건강을 유지하는데 매우 좋은 호흡법이다.
사람은 태어날 때는 복식호흡을 하다가 나이가 들면서 점차 호흡이 가슴으로 올라간다. 그러다가 임종이 가까워지면 목으로 숨을 쉬다가 목에서 숨이 더 올라가면 죽는 것이다.
그래서 어르신들의 목소리는 건강을 판단하는 지표가 된다. 목소리가 크고 쩌렁쩌렁하면 기본적인 건강 활력이 좋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목소리가 호흡이고 기운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호흡이 짧아지는데, 노래를 가급적 한번 호흡으로 길게 부르려고 노력하면 호흡도 길어지고 좋아지게 된다. 노래를 부르면 즐거움과 건강을 함께 얻을 수 있
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 노래는 참으로 좋은 것이다.
오래전 섬기던 폐암 말기 C환자가 있었다. 서울의 최고 병원에서 더 이상의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고 낙담하고 있다가 호스피스 병원을 찾아왔다. 호스피스 병원은 적극적
인 치료를 하는 대신에, 힘든 증상을 잘 견딜 수 있도록 돕는 보존적 완화의료를 제공한다. 그녀가 호스피스 병동에서 드려지는 아침과 저녁 예배에 나오면서 처음으로 찬송가를 배우
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평안히 길을 갈 땐 보이지 않아도, 지치고 곤하여 넘어질 때면 다가와 손 내미시네, 일어나 걸어라 내가 새 힘을 주리니”
폐암 환자여서 호흡이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입원할 당시에는 구급차를 타고 와서 임종을 준비하려고 했던 그녀가 노래를 부르기 시
작하면서, 폐암이 완전히 치료된 것을 아니지만, 산소 공급기도 떼고 편안한 호흡으로 산책도 하고 여행도 하며 2년 이상을 행복하게 살다가 천국으로 가셨다.
환자들에게 노래는 좋은 약이다. 처음에는 힘들지만 좋은 노래가 마음에 안정을 주고, 호흡을 조금 더 편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찬양은 호흡에 도움을 주는 노래일 뿐만 아
니라, 죽음 앞에 있는 환자들에게는 천국에 대한 소망을 품게 하는 커다란 힘이 있다. 찬송을 부르면 찬양의 가사를 통해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게 된다. 찬양 가운데 임하시는 하나
님의 사랑을 깨닫고 영원한 하늘나라의 백성이 누리는 감격을 맛보게 된다. 하나님은 백성들의 찬송 가운데 거하신다고 하셨다(시편 22:3). 우리가 찬송을 부르면 하나
님께서는 우리의 입술을 통해 높임을 받으시고, 하나님은 우리 가운데 오셔서 하늘의 평화를 내려 주신다. 그런데 이 찬송은 하나님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찬송을 부르는 사람들에게
더욱 큰 유익을 주기 위한 하나님의 사랑과 배려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부모를 공경하라는 계명은 당연히 부모를 위한 것이지만, 부모를 공경하며 섬기는 자녀들은 물론, 부모님을 사랑으로 섬기는 것을 보고 자란 후손들이 자기 부모를 똑같이 사랑으로
섬기며 행복하게 잘 살기 때문이다. 이렇듯 하나님께서 백성들에게 찬송하라고 명령하신 뜻깊은 이유를 알아야 한다. 하나님은 우리를 찬송을 부르도록 지으셨다고 하셨다(사 43:21). 찬송은 노래를 부르는 우
리에게 참된 평화와 건강을 주시기 위한 하나님의 사랑이 담겨있는 신비한 처방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단법인 해로에서는 창립 초기부터 오랫동안 노래 교실을 운영해오고 있다. 20여명의 회원들이 매주 모여서 즐겁게 노래도 부르고 친교의 시간도 갖는다. 모인 시간이 꽤 오래되다 보니 어느 모임보다도 기다려지고 형제보다도 친밀하다. 요즘은 코로나로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져서 영화감상과 스마트폰 사용법에 대한 강의 등으로 대체하며 모임을 계속하고 있지만, 이전과 같이 노래 교실에서 마음껏 노래를 부르고 싶은 마음이 모두 간절하다. 노래 교실에서 부르는 노래는 어릴 때 불렀던 동요와 가곡에서부터 정겨운 가요나 찬양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코로나가 빨리 끝나서 다 함께 힘차게 노래를 함께 부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이 백성은 내가 나를 위하여 지었나니 나의 찬송을 부르게 하려 함이라 (이사야 43:21)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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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4호 16면, 2022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