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회: “Sonntags Café (주일 카페)”를 오픈합니다.
우리는 건강을 생각할 때 육체적인 건강만을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우리 몸은 육체적인 요소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를 이루고 있는 요소에는 “몸”뿐만이 아니라 “마음”도 포함된다. 괴로운 일이나 신경 쓰이는 일이 있으면 소화가 되지 않고 머리도 아파진다. 몸은 마음과 아주 긴밀하게 뗄 수 없는 유기적인 하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의 건강 상태는 마음뿐 아니라 그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인간관계를 비롯한 사회적인 관계의 건강 상태도 포함하여 살펴보아야 한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는 헌장에서 “건강은 단순히 질병이나 허약함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양호한 상태”라고 정의하였고, 여기에 더하여 영적으로 양호한 상태를 건강의 정의에 추가하려고 노력해왔다.
예수님의 제자 중에서 가장 오래 살았다고 전해지는 사도 요한은 가이오 장로에게 쓴 편지에서 “나는 사랑하는 그대가 하는 일이 모두 다 잘 되어 나가기를 빕니다. 또 그대의 영혼과 마찬가지로 육신도 건강하기를 빕니다.”(요한3서 1:2)라고 하면서, 하는 일과 관계의 형통 그리고 영혼의 평안과 함께 육신의 건강을 기원하였다. 이처럼 성경에서도 사람은 영적인 건강과 함께 몸과 마음과 사회적인 관계들이 함께 건강하여야 행복하다고 보았다.
지금 당장은 신체적으로 건강하다고 해도, 마음이 병들고 관계가 깨어져 있는 사람은 겉보기에는 건강해 보여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그 문제가 몸의 건강까지 크게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이런 사람의 육체적 건강 점수는 100점이지만, 다른 건강 점수는 낙제 점수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전인적인 모든 요소가 고르게 건강해야 오래도록 진정한 몸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건강에 대한 기준을 종합해 보면, 우리의 건강은 육체적, 정신적, 영적, 사회적인 요소가 고르게 건강할 때 비로소 건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건강의 구성 요소들을 똑같은 점수로 평가하는 것이 무리가 있겠지만, 단순하게 40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겨보면서 우리의 건강 점수는 몇 점이나 될지 스스로 진단해 보면 좋겠다.
그런데 기독교 신자들이 환자들을 돌볼 때 자주 실수하는 것이 있다. 신자들은 영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까닭에 믿음으로 병을 이기라고 말한다. 이 말은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는 적용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항암치료를 하는 환자들이나 심한 고통을 가진 말기 환자들에게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영적인 돌봄보다 먼저 몸의 돌봄이 먼저 진행되어야 한다. 영적인 부분은 옆에서 돕는 사람들이 중보기도로 도와야 한다.
사람에게 가장 강한 것은 생리적인 욕구이다. 이런 본능적인 요구들이 충족되어야 더 고상한 심미적인 욕구와 자아실현의 욕구까지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통증 조절과 같은 기본적인 돌봄이 진행된 이후에 영적인 돌봄을 해야 한다. 몸이 괴로울 때 복음을 전하면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육체적인 돌봄을 통해 안정적인 상태가 된 이후에 상위 욕구인 관계 회복과 영적인 돌봄을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말기 환자들에게 영적인 회복은 다른 건강 요소를 더욱 건강하게 하는 비타민이 된다. 특히 현대의학으로는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고 절망 가운데서 죽음만을 기다리는 말기 환자에게 기독교 신앙은 커다란 소망을 준다.
D 이모님도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이고 세례를 받았다. 평생 숙제처럼 짊어지고 살았던 죄와 죽음의 문제가 신앙을 가지면서 해결 받고 나니까 마음이 정말 편해졌고, 죽음 이후에 천당에 갈 수 있다는 안도감으로 통증 조절도 잘 되었고 잠도 잘 주무셨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가족들은 물론 친구들과의 관계와 유산과 유품까지 모두 정리하셨고, 당신의 장례식에 대한 준비까지도 다 하셨다. 세례받은 증서를 침대 옆 벽에 붙여놓고 “천국 가는 티켓을 받았어요!” 하시며 날마다 기뻐하셨다.
베를린은 독일 분단의 현장으로 위험지역이었다. 가난하고 어렵던 시절, 조금이라도 더 벌어서 고국에 보내려는 마음으로, 모두 위험하다고 기피하는 지역인 베를린에 와서 정착한 파독 근로자 어르신들이 지금도 많이 살고 계신다. 필자는 이분들에게 작은 위로와 힘이 되어드리려고, 한국에 동네마다 있는 경로당과 같은 “사랑의 쉼터”를 만들려는 계획을 가지고 계속 기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르신들이 오시기 편한 좋은 장소 마련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일단 해로 호스피스가 다른 기관들과 함께 사용하고 있는 “기빙트리(Giving Tree)” 사무실의 빈 시간을 이용하여 주일마다 사랑의 쉼터를 “Sonntags Café (주일 카페)”라는 이름으로 3월 첫 주부터 5월까지 시험적으로 시작해 보기로 하였다.
“Sonntags Café (주일 카페)”는 주일 오후 1시부터 식사와 교제와 예배를 겸하여 진행된다. 건강한 몸을 위한 맛있는 식사로 모임을 시작하고, 찬양과 말씀을 통해 영적인 건강도 챙기면서, 다과로 교제하며 친교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참석은 누구나 가능하지만, 다른 교회 공동체를 나가고 있는 분들은 소속하여 섬기는 교회를 나가시기를 적극 권한다. 식사비용은 한국에 있는 교회와 성도들이 후원하는 재정으로 충당하기에 무료이다. 부담 없이 식사나 차만 마시고 가셔도 된다. 이 모임에 나오시는 분들이 몸과 마음과 영적으로 균형 있게 건강하셔서 행복한 노년을 살아가는 공동체로 발전하기를 기대하며 손을 모아 기도한다.
“평화의 하나님이… 여러분의 영과 혼과 몸을 흠 없이 완전하게 지켜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데살로니가전서 5:23)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
1256호 16면, 2022년 2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