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회 당신들이 대한민국의 어머니입니다
고국을 떠나 외롭게 사시는 어르신들을 섬기는 사단법인 해로의 “존탁스 카페”에서는 일요일마다 맛있는 식사와 함께 영혼을 위한 영의 양식도 함께 대접해 드리고 있다. 요즘 드리고 있는 영혼의 양식은 구약 성경의 “룻기”의 말씀으로 은혜를 나누고 있다. 외국인으로서 이스라엘에 와서 살게 된 룻이라는 여인의 삶은, 독일 땅에 와서 뿌리를 내리고 사시는 우리 파독 간호사들을 많이 생각나게 한다. 가난한 상황에서도 성실하게 일하면서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개척해 나가는 룻의 모습은 마치 우리 파독 어르신들이 독일에 와서 사실 때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눈에 보이는 고난은 축복을 뒤에 감추고 있다.”라고 했다. 룻의 삶이 그랬다. 룻은 이스라엘의 흉년을 피해 모압 땅으로 이민 와서 살던 좋은 남편을 만나 행복하게 살 것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런데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어 시아버지가 죽고, 이어서 남편도 죽고 말았다. 가난한 집안에 시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힘든 상황에서, 고맙게도 시어머니는 룻에게 고국 모압에 남아서 새 사람을 만나 결혼하여 살라고 하였다. 그러나 룻은 시어머니 나오미와 함께 이스라엘로 가겠다고 고집하였다.
이때 룻은 시어머니에게 “어머니께서 가시는 곳에 저도 가고, 어머니께서 사시는 곳에 저도 살겠습니다. 어머니의 백성이 저의 백성이 되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저의 하나님이 되실 것입니다.”(룻기 1:14)하고 말했다. 룻의 이 말은 시어머니는 물론 하나님을 감동케 하였다.
자기 나라를 떠나 이스라엘로 건너온 룻은 시어머니의 먹을 것을 직접 구해야 하는 가난하고 힘든 상황이었다. 룻이 할 수 있는 일은 추수한 밭에 떨어진 이삭을 주워서 먹을 것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룻은 이삭을 주우러 나갈 때에 시어머니의 허락을 받고 나갔는데, 시어머니가 마음이 불편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섬기는 룻의 모습은 너무 아름답다. 이삭줍기 같은 일은, 가난해도 자존심 때문에 일이 다 끝나고 해가 질 무렵에 남의 눈을 피해 조용히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룻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아침 일찍 이삭을 주우러 나갔고, 다행히 좋은 사람들을 만나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이삭을 주울 수 있었다.
룻의 성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마침 그곳에 온, 밭의 주인 “보아스”라는 친척의 눈에 들게 되어 더 많은 호의를 입게 되었고, 룻은 보아스에게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하였다. 룻이 자기 고국을 떠나 이스라엘까지 와서 시어머니를 지극한 효성으로 섬기는 모습과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이삭을 주우며 살아가는 모습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그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받게 되었다. 룻의 이런 효성과 생활 태도에 감동한 “보아스”와 나중에 결혼까지 하게 되고, 아들을 낳으면서, 고난으로 시작한 룻의 이야기는 축복으로 마무리된다. 룻이 낳은 아들은 다윗왕의 할아버지가 되고, 후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룻의 후손으로 태어나는 영광과 축복을 얻게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기도는 주로 입술로 하는 기도를 하기 쉽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가 입술로 드리는 기도와 함께 삶으로 드리는 기도를 들으신다. “쉬지 말고 기도하라”(살전 5:17)라고 성경은 가르치는데, 입술로 쉬지 않고 기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입술로 기도하는 것 외에, 우리의 일상생활도 기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입술로 기도하면서 삶은 그 기도에 어울리지 않게 살아간다면 하나님께서 그 기도를 듣지 않으실 것이다.
어르신들을 섬기다 보면 “나는 기도를 못해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다. 물론 신앙생활을 오래 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기도는 입술로 하는 기도만이 기도라고 생각하시기 때문이다. 우리 어르신들은 룻과 같이 독일이라는 외국 땅에 와서 살면서 이미 삶으로 드리는 기도를 많이 하시며 살아왔다.
우리의 삶을 인도하시고 복 주시는 분이 하나님이심을 믿으며,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평생을 살아오셨다. 입술로 드리는 기도보다 더 진실하고 더 간절한, 삶으로 드리는 기도를 평생을 드리셨기에 하나님께서 들으시고 지금까지 도우시고 응답해 주셨다. 또한 앞으로도 계속해서 삶의 기도를 기억하시고 복된 길로 인도하여 주실 것으로 믿는다.
지난 주일은 어버이주일이었다. 존탁스카페에 나오시는 분들은 아직은 전부 여자분들이어서 자연스럽게 “Muttertag”이 되었다. 파독 근로자로 오신 어르신 중에는 결혼을 하지 않으신 분들도 계시고, 사별 등의 이유로 혼자 살고 계신 분들도 많다. 어머니날을 맞아 외롭지 않도록 가슴에 꽃도 달아드리고, 조금 더 특별한 음식으로 대접하였다.
이분들은 대한민국과 국민 모두의 어머니이시다. 이분들이 우리 대한민국을 낳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를 이렇게 잘 사는 나라로 만든 초석을 놓은 분들이다. 이분들의 희생과 헌신이 아니었다면, 오늘과 같이 잘 사는 대한민국이라는 집이 있을 수 없다.
룻이 받은 축복은 시어머니에 대한 지극한 효성을 다하며 성실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낸 삶의 기도를 하나님이 들으시고 응답하신 결과이다. 우리 어르신들도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희생으로 헌신하시며 나라를 키워내셨다. 하나님께서 이분들이 눈물의 삶으로 드린 삶의 기도를 들으시고 우리나라를 복 주셨다고 믿는다. 이제 우리가 룻과 같이 나라의 어버이 역할을 하신 어르신들을 지극한 정성으로 섬기는 일을 다해야 한다. 우리가 이분들을 사랑으로 섬기며 삶의 기도를 드리면, 하나님께서 들으시고 우리와 우리나라를 복 주실 것이라 믿는다.
우리나라의 어버이가 되신 파독 근로자 어르신들께 머리숙여 감사를 드린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고 하신 계명은 약속이 붙어 있는 첫째 계명입니다. 그 약속은, 계명을 잘 지키는 사람은 복을 받고 땅에서 오래 살리라는 것입니다.” (엡 6:2~3)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
1263호 16면, 2022년 5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