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회 아리랑 아리랑 “베를린 아리랑”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노래는 역시 아리랑이다. 그런데 “아리랑”의 의미는 무엇일까?

아리랑은 너무도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공식적으로 인정된 것은 없다고 한다. 또 아리랑은 지역마다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가사와 다양한 곡조로 전국에 60여 가지의 아리랑 노래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여기 나오는 아리랑 고개는 특정 지역의 고개가 아니다. 아리랑 고개는 지나가기 싫은 나이의 고개를 의미하기도 하고, 떠나보내기 싫은 사랑하는 임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뜻하기도 한다.

서울대 <신용하>교수의 설명을 보면, ‘아리랑’은 곱다는 뜻의 “아리따운”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또 아리랑의 “아리”는 사랑을 품고 끙끙 앓는다는 “앓이”를 뜻하고, “랑(郞)”은 신랑과 같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붙이는 말이다. 따라서 아리랑은 사랑하는 임이며, 그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기 싫어하며 끝까지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노래한 것이라고 한다. 아리랑의 의미가 어떠하든지 간에 우리의 정서를 가장 잘 대변하는 상징적인 노래임에는 틀림이 없다.

국문학자 조윤제 박사(1904~1976)는 우리 민족이 지닌 국민정신을 “은근과 끈기”라고 했다. ‘은근’은 ‘야단스럽지 않고 꾸준함’이고, ‘끈기’는 ‘쉽게 단념하지 않고 끈질기게 견디어 나가는 기운’이다. 우리의 역사를 보면, 열강들의 침략을 수없이 받아오면서도 ‘은근과 끈기’로 견디어 냈고 결국에는 이겨냈다. 우리 민족의 은근과 끈기는 어머니의 자식 사랑하는 마음 같다. 어머니는 자식 사랑을 자랑하는 법이 없다. 당연하게 생각하고 끝까지 해낸다.

어려움을 당해도 변하지 않으며, 절대로 포기하는 법이 없다. 이런 “은근과 끈기”의 정신이 “아리랑”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고 할 수 있고, 아리랑 노래를 부르며 우리는 그런 민족이 되었고, 또 앞으로 그렇게 되어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 현대사에 이런 정신을 잘 나타내면서 살아온 분들을 말하라면 단연코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을 꼽을 수 있다. 일본의 압제와 수탈에 이어, 한국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때에, 가난한 가정과 나라를 위해서 몸과 인생을 던져 희생하고 수고한 이분들로 인해 대한민국은 오늘날과 같이 잘살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 공로를 스스로 드러내지 않으며 끝까지 할 도리를 다하는 은근과 끈기가 우리 파독근로자들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아리랑을 비롯한 우리의 정신이 담긴 노래는 파독 근로자들이 이방인으로 외국에서 살면서 힘든 노동을 견디게 해주는 정신적 지주였고 힘과 위로였다.

지난 4월 15일에는 한독수교 140주년과 파독 60주년을 맞는 해를 기념하여, 독일에서 제일 크고 유서 깊은 개신교 예배당인 베를린돔에서 “서울나눔 클라리넷앙상블”의 음악회가 있었다.

이날 음악회는 파독 근로자들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대표 김문길 지휘자를 비롯한 악단원들 모두와 조이어스교회가 1년 전부터 기획하고 준비한 행사였다. 모든 순서마다 그동안 나라와 가정을 위해 수고한 헌신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고 애쓴 모습이 가득 있었다.

이날 행사에는 권원직 주독일대사관 총영사가 참석하여 파독근로자들의 노고와 독일 국민에 대해서 감사의 인사를 했다. 또한 독일 CDU의 유명정치인으로 한국인들의 정착과 복지를 위해서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유명한 Babara John여사가 참석하여 축사를 했고, 현재 베를린시에서 이주민통합에 대한 책임을 맡고 있는 Katarina Niewiedzial 특임관은 영상으로 축하하였다.

이날 연주된 음악은 파독근로자들이 즐겨 부르시던 ‘그리운 금강산’과 ‘고향의 봄’을 소프라노 손지혜가 협연했고, 독일 고전음악의 유명 작곡가들의 곡을 메들리로 연주하며 독일과 한국을 한마음으로 묶어주었다. 또한 국악인 유현수 선생이 피리와 태평소로 ‘아리랑’과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협연하여 파독 근로자들에게 우리의 소리로 마음을 치유하였고, 독일 관객들에게는 우리음악의 신비함과 탁월함을 널리 알리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이날 연주회에 큰 감동을 준 순서로 리멤버 픽처 행사를 통해 찍은 “소망사진”을 베를린의 파독광부협회와 간호협회의 대표들에게 전달하고, 이어서 자녀들을 대표해서 조은영 변호사가 감사 인사를 하는 순서였다.

조은영 변호사가 “평생 우리를 위해서 타국에서 희생하신 부모님의 흘리셨던 땀과 눈물을 저희가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부모님!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마음 깊이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할 때, 부모님들은 그동안의 수고에 대한 보람과 자랑을, 자녀들은 감사와 사랑을 다시금 확인하는 울컥한 시간이 되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베를린 돔을 가득 채운 700여 명의 관객들이 다함께 태극기와 독일국기를 흔들며 “아리랑”을 한마음으로 합창한 시간이었다. 음악연주회가 사랑과 감사를 기억하는 축제가 되었다. 모두 아리랑을 부르며 한마음이 되는 시간이었다. 음악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단원들은 물론 참석한 파독 근로자들의 얼굴에도 감사와 기쁨이 가득한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60년 전에 낯선 독일 땅에 오셔서 헌신한 파독 어르신들의 삶이, 단 한 번의 음악회로 모두 위로받을 순 없을 것이다. 한 번만 하는 감사가 아니라 계속해서 잊지 않고 우리의 마음을 다한 감사가 계속 전달되기를 소망한다.

“지난날을 기억해 보아라! 과거의 모든 역사를 생각해 보아라!
너희 부모들과 나이 많은 어른들에게 물어보아라!
그들이 너희에게 설명해 줄 것이다.”
(신 32:7)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

1312호 16면, 2023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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