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회 배워서 남 주는 사람들
우리나라의 양궁은 세계 어느 나라도 따라오기 힘들 정도로 탁월한 실력으로 세계를 제패해 오고 있다. 예로부터 중국은 동쪽의 나라인 고구려 백제 신라 등을 동쪽의 이민족(오랑캐)이라는 뜻으로 “동이(東夷)”라고 불렀는데, 많은 이들이 이(夷)가 클 대(大)와 활 궁(弓)자가 합쳐진 것으로 보고, 우리 민족을 동쪽의 활을 잘 쏘는 민족이라는 뜻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양궁이 세계 제일이 된 것은, 강인한 정신력을 가지고 어떤 환경에서도 흔들림 없이 목표를 향해 집중하는 민족성과 함께, 철저하게 과학적으로 준비된 훈련과 무한 경쟁의 투명한 선수선발 시스템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평가받는다. 양궁 대표가 되기 위해서 수없이 많은 활시위를 당겨야 하는 훈련의 양이 있기에 세계 제일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또 실제 대회를 하는 현장의 소리와 바람까지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훈련의 치밀함도 일등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변방의 작은 나라 이스라엘에서 시작된 기독교가 오늘날과 같이 세계적으로 전파될 수 있었던 요인을 꼽는다면 “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수께서는 이 땅에 계실 때 제자들과 많은 사람을 친히 가르치셨다. 그리고 제자들에게도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고 하신 “교육 명령”을 마지막 유훈으로 남기셨다. 한국교회를 비롯한 한자권의 나라들이 교회(敎會)라고 쓰는 것도 가르침(敎)의 중요성을 잘 나타내는 것이다.
나라는 물론 단체를 든든하게 세우고 유지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이다. 그래서 교육을 먼 장래까지 내다보고 세우는 큰 계획이라고 하여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하였다. 우리나라가 잘사는 나라가 되고 경제 대국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엄청난 교육열과 자녀를 가르치기 위해 희생한 부모의 땀과 눈물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바른 교육 방향을 가지고 나갈 때 나라와 단체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급변하는 어떤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게 될 것이다.
우리 해로는 새봄을 맞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교육을 통해서 해로가 나아가는 방향을 확인하고 진단할 수 있기에 교육의 내용과 목표는 매우 중요하다. 해로의 교육은 우리 파독 어르신들을 어떻게 하면 잘 섬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준비하고 있다. 좋은 봉사자가 배출되고 봉사 역량을 발전시켜야 우리 어르신들이 더 나은 섬김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교육을 준비하고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로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교육”을 4월 17일부터 10월 16일까지 매주 수요일마다 5개월 동안 진행하게 된다. 호스피스 봉사는 해로 섬김의 커다란 부분을 담당한다. 호스피스 교육은 환자 봉사에 필요한 기본 교육과 현장 실습으로 구성되어 있다. 교육을 마치면 전 독일에서 호스피스 자원봉사가 가능한 수료증을 받게 된다. 교육비는 해로에서 부담하여 무료로 수강이 가능하다.
또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새롭게 준비한 “핸드폰 교실” 1기를 5월부터 개강한다. 핸드폰은 개인적인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관공서와 은행 업무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한 필수품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 어르신들이 핸드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아 큰 불편을 느끼고 계시는 분들이 많아서 어르신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어르신들이 쉽게 배우실 수 있는 핸드폰 교실을 5월부터 첫 주에 개강한다. 1기 교육은 먼저 남자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여, 10주 과정으로 매주 목요일마다 교육한다. 핸드폰 교육을 마치면 자유로운 문자 보내기와 사진 촬영 및 전송, 필수 어플 사용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핸드폰 사용법을 배우게 되어 일상생활에서 편리함과 즐거움을 드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파독 어르신들을 위해 “나의 인생 수첩”이라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생로병사의 과정에서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상실과 이별, 슬픔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의 삶을 살펴보고, 남은 삶을 더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살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언젠가 “인생 수첩”의 마지막을 덮을 때가 찾아오더라도, 미리 준비하여 평안히 그때를 맞이하도록 도우려 한다. 자신의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며 유언장도 미리 쓰고, 나의 장례를 내가 멋지게 준비하는 아름다운 시간을 만들게 될 것이다.
해로는 다양한 교육을 통해서 어르신들을 돕기도 하지만, 봉사자들에게도 삶의 의미를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나 자신만을 바라보면 때로는 초라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우월감을 가질 수 있지만, 공동체 안에서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섬기며 그 안에서 나를 바라보면 저절로 사랑의 마음이 생겨난다. 남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도 갖게 되고, 또 나 자신의 소중함을 더욱 깊이 깨닫게 된다. 해로의 봉사자들을 보면 자기에게 맡겨진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가며 봉사하는 분들이 많다. 의무적으로 하는 봉사가 아니라 자발적인 마음에서 우러나는 섬김을 하게 하는 교육과 봉사가 주는 좋은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해로의 여러 교육을 통해 우리의 삶에서 “배워서 남 주는”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 분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을 돌보는 사람은 복이 있다. 재난이 닥칠 때에 주님께서 그를 구해 주실 것이다”(시편 41:1)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