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회 죽음은 마침표가 아닙니다!

어떤 거지가 쓰레기통을 뒤지다가, 복권 한 장을 발견했다. 마침 쓰레기통에 버려진 신문도 있어서 복권을 맞춰보았다. 그 복권은 천만 유로짜리 1등에 당첨된 복권이었다. 이 사람은 일순간 거지에서 억만장자로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1등 복권을 분명히 손에 쥐었지만, 이날은 토요일 저녁이었다. 은행에 가서 돈을 찾으려면 며칠 더 기다려야 했다. 부활절 연휴가 있어서, 월요일을 지나 화요일이 되어야 은행에 가서 복권을 제시하고, 천만 유로의 돈을 찾을 수가 있는 것이다. 천만 유로짜리에 당첨된 복권을 손에 쥐고 있지만, 아직은 돈이 없는 거지다. 돈을 찾을 때까지는 여전히 배가 고파서 쓰레기통을 뒤질지도 모른다.

그러면 지금 이 사람은 거지일까, 부자일까? 아직은 조금 전과 똑같은 거지이지만, 곧 부자가 될 거지이다. 이 거지는 복권이 당첨된 것을 아는 순간 완전히 새사람이 되었다. 이제 며칠이 지나면 억만장자가 된다는 소망을 가지고 설레는 마음으로 살지 않겠는가? 부자가 될 확실한 소망은 있지만, 아직은 배가 고프다.

부활을 믿는 사람도 이와 같다. 신자는 이 땅에서 누리는 삶과는 비교할 수 없는 영광스런 부활의 삶을 보증받았다. 하늘나라의 하나님 아버지 집에서 영원히 영광을 누릴 수 있고 기쁨의 극치를 맛보며 살게 될 약속을 이미 받았지만, 여전히 이 땅에서 아프기도 하고, 괴롭기도 하고, 힘든 시간을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이미 구원을 받고 하나님 나라를 살아가고 있지만, 아직 완전한 하늘나라에 들어가지는 못한 “이미”와 “아직” 사이를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아직은 완전한 부활의 기쁨을 누리지는 못하지만, 예수님의 부활을 믿기에 우리도 부활한다는 소망을 가지고 산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한다. 아마도 예수님의 제자들도 죽음을 두려워하여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하였고 도망하였다. 그런데 이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것은 크게 두 가지 사건을 경험 이후였다.

첫째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대면하여 만났기 때문이다. 그들은 예수님과 함께 식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었다. 다시 살아나신 예수님을 직접 만났기 때문에 부활을 확실히 믿게 되었다. 두 번째 사건은 오순절에 성령강림을 직접 체험한 이후에 그들은 부활하신 예수를 드러내 놓고 전하기 시작하였다. 이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많은 제자들이 부활하신 예수를 증거하다가 순교를 당하였다.

우리도 죽음을 두려워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제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죽음을 이기는 힘이 우리가 믿는 신앙 안에 있다. 말기 암 환우들이 겪는 많은 괴로움 중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부활의 신앙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도록 돕는다.

L 할아버지는 자수성가하여 크게 성공하였던 적도 있었지만, 노년에 사업에 실패하였고 어려움 가운데 지내다가 뇌출혈로 쓰러지셨다. 몸이 아플 때 인근 교회의 도움을 받으며 교회를 출석하게 되었고, 성도들의 사랑과 섬김으로 신앙생활을 시작하였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천국과 같은 공동체를 경험하면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기쁘게 교회에 출석하였다.

처음에 교회에 나오실 때는 두 개의 지팡이를 짚으며 겨우 걸어 다니셨지만, 남보다 의지도 강하여서 힘든 재활을 거쳐 정상에 가까운 몸이 되었다. 이제 살만하다 싶었는데, 다시 말기 대장암 진단을 받으셨다. 코로나로 교회에 나가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져서, 매주 집으로 방문하여 함께 예배드리면서 천국 소망으로 지지를 해드렸다.

마지막에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임종을 하셨지만, 임종 직전까지도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주 은혜 놀라워”를 찬양하시면서 지금까지 도움을 준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씀하셨고,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고 인사하시며 두려움 없이 담대하게 천국으로 입성하셨다. 신앙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까지 이기게 해주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지난주에 우리는 부활절을 보냈다. 기독교에서는 왜 예수님의 부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그 의미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떤 종교는 그 종교 창시자의 무덤을 참배하는 것을 최고의 영예로 여기지만, 기독교의 예수님에게는 무덤이 없다. 예수님께서는 죽음을 이기고 다시 살아나셨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고난받으시고 부활하심으로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선포하셨다(롬 1:4). 그러나 하나님이신 예수님의 부활이 우리에게 주는 더 큰 의미는 우리도 예수님처럼 부활할 것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우리도 예수님처럼 부활할 것을 직접 보여주신 것이다. 바울은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이 살아나게 될 것이다”(고전 15:22)라고 하며 신자들은 예수 그리스도처럼 하늘나라에서 부활하게 된다고 하였다. 부활절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날이지만, 주 안에서 영생을 얻은 우리도 부활할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날이기에 그 의미가 크고 깊다.

“해로”에서는 부활절을 맞아 화요모임 시간에 “부활절 계란” 만들기를 하였다. 예쁘게 직접 만든 계란을 작은 상자에 담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었다. 작지만 부활의 의미를 전달하는 사랑이 담긴 선물이 되었길 바란다.

또 Sonntags Café에서는 부활주일을 맞아 특별한 식사와 함께 성찬 예배를 드렸다. 믿음은 있지만, 사정이 있어서 교회에 나가지 못하고 계시다가 참으로 오랜만에 성찬에 참여하는 분도 계셨는데, 성찬에 참여한 감격으로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가득했다고 하셨다. 아직 믿음이 없는 분들에게는 성찬식을 통해 빵을 떼고 잔을 따라 주는 모습을 보여드리며, 생명의 떡이신 예수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몸을 찢기셨고 피를 흘리신 것을 설명하며 전하였다. 이분들에게도 십자가의 은혜와 부활의 기쁨이 가득하기를 기도하였다.

부활절을 지나며 김소엽 시인의 “죽음은 마침표가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시가 새롭게 다가온다. 이 시는 이생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환우들에게는 물론,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죽음과 부활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죽음은 마침표가 아닙니다 / 죽음은 영원한 쉼표 / 남은 자들에겐 끝없는 물음표 / 그리고 의미 하나 땅 위에 떨어집니다 / 어떻게 사느냐는 따옴표 하나 / 이제 내게 남겨진 일이란 / 부끄러움 없이 당신을 해후할 느낌표만 남았습니다 (김소엽)

“예수께서는 한평생 죽음의 공포에서 종노릇하며 살던 사람들을 해방시켜 주셨습니다.” (히브리서 2:15)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

1264호 16면, 2022년 4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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