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회 “그대는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고 함석헌 선생님의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시의 일부이다. 이 글을 읽을 때마다 우리는 누군가 믿을만한 사람이 나에게 있는지, 나와 가까운 사람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누가 그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살펴보게 된다. 그 사람은 가까운 친구도 될 수 있지만, 배우자나 자녀도 될 수 있고, 이웃이나 교회의 목회자도 될 수 있다. 그가 누구든 진실로 믿을 만한 친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인생을 살면서 커다란 복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좋은 친구를 갖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사랑하는 부부나 연인도 살다 보면 크고 작은 일로 다투게 되고, 심지어 오래 같이 살고도 헤어지는 일도 많은 것이 우리의 현실의 삶이다. 좋은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기는 어렵지만, 헤어지고 관계를 끊기는 너무도 쉽다. 그냥 안 보겠다고 마음먹으면 한순간에 끝나는 것이 인간관계이다. 소중한 나와 내 가족까지 맡길 수 있을 정도로 정말 믿음직하고 좋은 친구를 갖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평생을 살면서 그런 친구가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고 축복이다.

처음 만날 때부터 마음이 통하여 친해지는 친구도 있지만, 대개의 관계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품어주면서 참아주고 기다려주는 것이 좋은 인간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원리이다. 부모와 자식 사이처럼, 부모가 먼저 헌신적인 사랑을 하고 자녀는 부모에게 효도하는 서로 사랑의 관계는 가장 끈끈하고 좋은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좋은 예이다.

자녀가 때로는 말을 듣지 않아 미울 때도 있지만 부모는 절대로 내치는 법이 없다. 먼저 사랑한 자식이기에 끝까지 참아주고 기다려주는 것이다. 이런 부모님의 내리사랑이 있기에 자녀들도 부모를 존경하고 감사하며 효도를 다 하는 것이다. “먼저 사랑”과 “서로 사랑”은 좋은 관계를 오래 유지하게 한다.

예수님은 “사람이 친구를 위해 자기 목숨을 버린다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13)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친히 모든 사람을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를 지시고 당신의 목숨을 버리셨다. 예수님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고, 목숨까지 주시면서 우리의 좋은 친구가 되어 주셨다. 또한 예수님은 “너희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사랑한다면 너희가 무슨 칭찬을 받겠느냐? 죄인들도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한다.”라고 하시며, 좋은 친구를 얻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사랑해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그러나 우리는 본능적으로 나를 사랑하고 나에게 잘 대해주는 사람만을 사랑하고 좋아한다. 그만큼 먼저 사랑을 실천하는 일은 어렵다. 하지만 힘든 그런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있어서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준다.

지난 7월 26일 한국에서 최고 크고 모범적인 호스피스기관인 “샘물호스피스선교회(이사장 원주희 목사)”와 “사단법인 해로(대표 봉지은)”가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의 핵심적인 내용은 말기 암과 같은 질병 등으로 죽음이 가까운 파독 근로자들께서 고국에서 삶을 마무리하기를 원하시는 경우에, 한국에서의 입원과 장례 및 자연장지에 안장을 할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하기로 협약을 맺은 것이다.

기독교 정신에 입각하여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두 기관이 호스피스의 발전을 위해 상호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하였다. 샘물호스피스는 오랫동안 파독 근로자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에 해로의 봉지은 대표가 샘물호스피스를 방문하여 파독 근로자 어르신들을 돕기 위한 협약을 맺게 됨으로써, 나라를 위해 수고와 희생을 하신 파독 근로자들께서 그리운 고국의 땅에 언젠가 묻힐 수 있다는 희망이 현실로 더욱 구체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샘물호스피스는 100병상의 입원실을 가진 한국 최고의 호스피스 전문병원으로, 많은 의료진과 전문봉사자들의 돌봄을 받으며 환자와 가족들이 내 집과 같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이다. 믿음을 통해 죽음이 끝이 아니라, 하늘나라의 집이 예비되어 있음을 알게 해주며, 병원 뒤편에 넓은 잔디에 자연장지와 공동 추모관도 마련되어 있어서 걱정과 두려움 없이 평안하게 천국으로 이사 가도록 돕는 참 좋은 곳이다.

사단법인 해로는 도움이 필요한 우리 파독 근로자 어르신들에게 꼭 필요한 “그 사람”이 되려고 한다. 해로에서는 파독의 시간이 오래되어 연로해진 우리 파독 근로자 어르신들의 친구가 되어 드리기 위해 다방면으로 애쓰고 있다. 어르신들이 당신의 마지막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그런 봉사 기관이 되려고 한다. 이는 누군가는 먼저 해야 할 일이기에 해로에서 먼저 하고 있는 것이다.

해로에서는 암 환자와 치매 환자를 위한 무료 방문 서비스와 일상생활 지원 서비스 및 정서적 안정을 위한 심리 상담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도 어르신들의 다양한 도움 요청을 최선을 다해 해결해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일을 위해 소정의 교육을 받은 봉사자들이 함께 협력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그 사람이 되어줄 뜻이 있는 더 많은 분들이 해로와 함께 섬김과 봉사를 통해 아름다운 동행을 함께 하면 좋겠다.

“사랑하는 자들아, 하나님이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셨은즉,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도다.”(요일 4:11)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