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회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우리가 많이 쓰는 “포스트잇”은 3M에서 만든 접착식 메모지이다. 이 메모지는 3M 연구원이 더욱 강력한 접착제를 만들려고 하다가 실수하여 접착력이 강하지도 않고 끈적이지도 않는 접착제를 만들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그 유명한 “포스트잇”이 나오게 되었다.

신제품이 실수를 통해 우연히 나온 사례는 셀 수없이 많다. 또 어떤 모임에서 우연히 누굴 만났는데 그 만남이 인생에 커다란 변곡점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우연한 한 번의 만남이 평생 함께할 동반자로 이어지는 영화 같은 사랑 이야기도 많다.

사단법인 해로에서 새롭게 어르신들을 섬기기 시작한 김은용 목사님과 해로와 함께 “기빙트리” 사무실을 공유하여 사용하는 목사님들의 상견례 시간이 있었다. 먼저 나이가 비슷한 두 분의 목사님이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나이와 고향과 출신학교를 서로 물어보다가 같은 학교 같은 학년 동기동창임을 확인하고 나서, 같은 학년이었던 친구들의 근황을 나누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두 사람이 한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고서야, 깜짝 놀라며 학창 시절 짝꿍까지 했던 절친이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수염도 약간 길어서 고등학교 때와는 다른 모습이어서 바로 알아보지 못했지만, 먼 외국 땅 그것도 독일의 베를린에서 친한 친구를 만나리라고는 꿈에도 전혀 예상치도 못했었다.

이렇게 고등학교 시절의 친한 친구를 35년 만에 독일 베를린에서, 그것도 둘 다 목사가 되어 만난 것이 우연일까? 두 분은 이 만남을 우연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이고 인도하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나님은 사람들을 통해 일하시는 분이다. 두 분은 우연 같은 이 만남을 통해 함께 힘을 모아 한인공동체의 발전과 하나 됨을 위해 섬기라고 주신 기회라고 믿으며 친밀한 만남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1월 18일에는 베를린 팡게아 하우스에서 “해로 2022, 세대공감 파독 사진전”이 시작되었다. 사진으로 기록된 파독의 시간은 개인의 추억을 넘어서 이제는 대한민국의 역사가 되었다. 올해 사진 공모전에도 많은 분이 소장하고 있던 사진을 보내주시고 참여해 주셨다. 영하의 추운 날씨와 늦은 시간임에도 100여 명이 넘는 많은 분이 개막식에 참석하였고 끝까지 남아 축하해 주셨다.

특별히 김희정 전 여성가족부 장관께서 축사해 주셨는데, 지금 베를린 자유대학에 방문학자로 와 있으면서 이번 행사에 참석하고 파독 가족들과의 만남을 갖게 된 것이 우연이 아니라고 하였다.

전직 정부 관계자이기도 하지만, 시어머니께서 파독 간호사이셨고 지금도 독일에 살고 계시며, 시외삼촌도 파독 광부로 오신 “파독 가족”이기에 기쁜 마음으로 이번 행사에 참석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또 내년의 한독수교 140주년 행사에는 파독 60주년의 산증인들인 우리 파독 가족들이 주인공인 되어 함께 축하하기를 바란다고 축사하였다.

이어진 사진 공모전에 시상식에서는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었지만, ‘해로상’에 유득순 님, ‘사랑상’에 김윤례 김대철 님, ‘소망상’에 장지혜 님이 수상하셨고, 이밖에도 ‘작품상’과 ‘특별상’을 유승남, 백은미, 윤재명, 김광숙, 김진표, 임정선 님 등 여러분이 수상하시고 기쁨을 나누었다. 출품한 사진을 봉사자의 설명을 들으면서 보니, 사진마다 함께 웃고 울며 일하고 만났던 사람들과의 추억과 특별한 사연들이 사진마다 가득 담겨 있었다.

사진공모전 수상자들

축하 연주에는 84세 첼리스트 양유나 님이 연주하셨는데, 아직도 힘과 기교가 살아있는 연주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함께 연주한 손녀뻘 되는 청년들에게 “할머니”라고 불리는 것이 아직도 듣기 거북하다고 하셨는데, 정말 젊은이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 여전한 모습과 감각을 유지하고 계신 것에 모두 놀라워하였다.

사진전 개막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지난 10월 28일자 교포신문 해로 기고문 “꿈을 꾸는 여든 살 청춘들”에서 소개했던 “해로합창단”의 노래였다. 이번에는 사진전에 어울리는 본회퍼 목사님의 “선한 능력으로”와 노사연의 노래 “만남”으로 참석자들을 즐겁게 했다. 특별히 “만남”을 부를 때에는 모든 참석자가 한마음과 한목소리로 합창단원이 되었다.

합창 중간에 참석자들끼리 서로를 향해서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라고 고백하게 한 지휘자 김은용 목사님의 재치 있는 인도에 모두 환하게 웃으며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라고 화답하였다. 참석자들은 독일에서 만나 평생을 함께 살아온 세월이 정말로 우연이 아님을 가슴으로 느끼며 서로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더욱 깊어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봉사자들의 맛있는 음식 준비도 돋보였다. 맛있는 김밥과 오뎅, 치킨과 떡과 케익, 과일 등 풍성한 음식으로 잔치의 대미를 장식하였다. 이런 행사를 매년 하면 좋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말씀하시며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코로나로 멈추었던 “만남”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우리에게는 살아오면서 수없이 많은 만남이 있었고 이 만남이 모두의 추억이 되고 인생이 되었다. 우리에게 있었던 수많은 만남은, 우리에게는 “우연” 같지만, 모두 하나님의 세밀한 인도하심에 의한 “필연”이다. 우리의 만남이 우연이 아닌, 우리의 아름다운 인생의 한 페이지가 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그것은 지금 바로 우리와 만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오늘 만나는 이들을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야 하겠다.

“돌아보지 마라. 후회하지 마라. 아 바보 같은 눈물 흘리지 마라.

사랑해 사랑해 너를, 너를 사랑해” (노사연의 ‘만남’ 중에서)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

1292호 16면 2022년 11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