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회 “무엇이 중헌디?”

“뭣이 중헌디?”는 수년 전에 “곡성”이라는 영화에 나온 대사 중 하나인데, 살아가면서 정말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분간 못하고 살아가는 세태를 꼬집으며 한국 사회에서 유행했던 말이다. “임영웅”이라는 가수도 “뭣이 중헌디”라는 노래를 불렀다. ‘딱 한 번만 살고 가는 세상, 금은보화 부귀영화 가진다 해도, 어차피 두고 갈 것을, 뭣이 중헌디? 웃으며 살아가자. 정답은 바로 사랑이더라’

그렇다. 진리는 먼 곳에 있지 않다.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하면서 사랑하며 기쁘게 사는 것이 삶의 지혜이다. 먼저는 나를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지혜로운 삶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엇이 중요한지 일과 가치의 우선순위를 놓치고 살아가는 때가 많다. 아무 생각 없이 눈앞에 보이는 것만을 좇으며 살다 보면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 수 없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무엇이 중요한지를 생각하며 살아가는 지혜가 더 필요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몸에 밴 습관들이 항상 옳은 것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지금 나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를 더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 지혜이고 남은 삶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다.

S 이모님은 남편과 사별하고 연금을 받으며 생활하시기에 경제적으로는 크게 부족함이 없이 혼자 살고 계신다. 오랫동안 투병 생활을 하셨고, 연세가 많아서 지금은 여러 가지 질병으로 몸이 불편하지만, 혼자서 외출도 하시고 일상생활도 그럭저럭 하시며 지내신다.

우리 어르신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S 이모님도 몸에 밴 철저한 절약 정신으로 당신을 위해 꼭 써야 할 것까지도 아끼신다. 길이 미끄럽고 추운 날씨에는 큰 비용이 들지 않는 거리는 택시를 이용하면 좋으련만, 고집스레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추위에 떨다가 감기에 걸려 고생하셨다. 우리 어르신들에게 감기는 가벼운 병이 아니다. 지난겨울에 감기를 앓다가 돌아가신 분도 있다. “건강을 잃으면 다 잃은 것”이라는 말이 우리 어르신들에게는 더 절실한 말이 되었다. 돈보다 건강이 더 중요하다.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을 섬기다 보면, 가장 취약한 것이 식사 문제다. 혼자서 살기 때문에 드시는 것이 아무래도 부실한 편이다. 혼자서 식사하면 밥맛도 없어서 끼니를 거르기도 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어 영양이 부족하면 면역력도 떨어지고, 각종 노인성 질환도 빠르게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병든 아내가 돌아가시고 남편 혼자 살고 계신 경우에는 식생활이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독일에 와서 식당에 가보면, 혼자 식당에 와서 식사하는 독일 어르신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런데 한국 어르신들은 문화적인 차이 때문인지 혼자 식당에 가셔서 식사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몸이 불편하신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을 바꾸어서 혼자라도 식당에 가셔서 하루 한 끼 식사를 잘 챙겨 드시는 것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지혜로운 방법이다. 건강을 위해서는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혼밥”(혼자 식당가서 식사하는 것)하는 것도 배워야 한다. 이제는 돈이나 체면을 생각하지 말고 나의 건강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면 소위 “먹방”(먹는 방송)이 아주 많다. 그리고 몸에 좋은 음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무척 많다. 그 음식을 먹으면 만병통치약처럼 모든 질병이 다 낫고 없어질 것처럼 소개한다. 그러나 건강한 식생활은 “균형 있는 식사”가 최고의 보약이다. 서양의학의 시조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라고 하였다.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음식을 만병의 치료법이라고 하여 식의(食醫)를 최고의 의사라고 하였다. 어르신들에게는 하루 한 끼라도 잘 드시는 것이 보약이다.

지혜롭게 건강을 챙기는 것이 어른들에게는 매우 중요하기에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에게 “하루에 달걀 한 개”를 꼭 드시도록 말씀드린다. 어렸을 때 도시락 속의 ‘계란 후라이’를 부러워했던 추억이 있다. 달걀 섭취가 콜레스테롤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주 미미하여 하루에 달걀 한 개를 먹는 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달걀은 사람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완전식품이어서, 어르신들이 건강을 위해 간단한 방법을 매일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존탁스카페가 시작한 지 1년이 되었다. 작년 3월부터 일요일마다 베를린의 해로 사무실에서 동포 어르신들이 몸과 마음과 영혼이 건강하게 지내시도록, 땅에 있는 작은 천국 같은 모임을 꿈꾸며 실험적으로 섬김을 시작했는데 벌써 1년이 되었다.

존탁스카페 식탁

즐거운 친교와 맛있는 점심 식사를 대접하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겨드렸고, 은혜로운 예배를 통해 영혼의 평안도 드리려고 최선을 다해 섬겼다. 지금은 공간이 좁아서 더 큰 장소를 주시도록 기도할 정도가 되었다. 젊은 봉사자들도 보내주셔서 세대가 어울려 함께 하는 모임으로 발전했다.

무엇보다도 어르신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섬긴 덕분에, 어르신들의 표정이 밝아졌고 모임은 활기가 넘쳐나고 있다. 찬양과 말씀을 통해 모두의 마음에 기쁨과 평안이 가득해져서 가족 같은 사랑이 느껴지는 공동체가 되었고, 어르신들에게 행복을 주는 모임으로 발전했다. 그동안 존탁스카페를 위해서 기도하며 물질로 후원해준 한국의 교회와 성도들의 사랑과 봉사자들의 말 없는 헌신에 감사드린다.

현재의 모습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분들을 사랑으로 섬기는 존탁스카페가 되도록 기도한다.

“지혜는 붙잡는 자에게 생명의 나무가 되고,
지혜를 잡는 사람에겐 행복을 준다.”
(잠언 3:18)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

1306호 16면, 2023년 3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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