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회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줄임말은 중꺾마)이라는 말은 대한민국의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작년 12월에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확정한 후 펼쳐 든 대형 태극기에 적힌 글이다. 때로는 실패한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해서 이기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그때 마스크 투혼을 보여준 손흥민을 비롯한 축구 선수들은 모두 ‘중꺾마’ 정신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사실 이 말은 축구대표팀이 처음 사용한 것은 아니다. 원조는 따로 있다.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LoL•롤) 프로게이머 김혁규가 그 주인공이다. 롤은 5명이 팀을 이뤄 싸우는 전투 게임이다. 전 세계 MZ세대가 여기에 열광하고 있다. 일 년에 두 번 세계 대항전이 열리는데 연말에 치르는 대항전은 축구의 월드컵과 비슷하다고 해서 ‘롤드컵’으로 불린다.
전 세계 시청자 수는 약 2억 8천만 명으로 미식축구나 메이저리그 프로야구보다 그 인기는 대단하다. 지난 주말에 끝난 2023년 중국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는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김혁규는 프로선수로 활동한 지 10년이 되었지만, 우승 한번 못했다. 2022년 10월 롤드컵에 가까스로 진출했지만,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그때 그는 인터뷰에서 “앞으로 팀플레이만 잘한다면 충분히 상대를 꺾을 수 있어요. 패배에도 무너지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우리끼리만 안 무너지면 충분히 이길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 말을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가 ‘패배 괜찮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뷰 내용을 요약하며 게임 유튜브에 올렸다.
최약체로 평가되던 김혁규의 팀은 어렵게 결승에 올랐고, 단골 우승팀인 한국의 페이커(이상혁)를 만났지만, 결국은 이겼다. 일곱 번 도전 끝의 첫 우승이었다. 그는 모두가 안 될 거라고 할 때 “지더라도 잘 지는 게 중요하다. 지면서 더 배운다. 게임을 즐기자”라는 말로 팀 동료들을 격려했다. 김혁규는 이렇게 MZ세대의 새로운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가 한 말들은 게임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에게서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이라는 말로 유행되기 시작했다.
2002년 월드컵 때의 “꿈은 이루어진다”는 구호는 좋은 말이지만, 결과만을 중시한다는 비판도 있었다면,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은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2002년 월드컵 이후 20년이 지나는 동안 우리나라는 MZ세대라고 불리는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많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주에 폐막한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도 그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1등을 못 하면 울던 선수들이 지금은 ‘1등이 아니어도 괜찮아, 나는 올림픽을 즐긴다’라는 태도를 보인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응원하는 국민도 지금은 지더라도 과정이 좋았다면 져도 괜찮다는 기분 좋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 성실히 많은 노력을 했다면 결과물이 없어도 좌절할 필요가 없다. 수고한 이들이 죄송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언젠가는 지금보다 더 발전된 자리에 설 것이라 믿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해로”는 파독 1세대 어르신들을 더 잘 섬기기 위해, 재정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최상의 장소로 여겨왔던 구청 소유 건물의 카페를 임차하여 사랑방과 쉼터로 사용하려고 오랫동안 기도하며 준비해 왔다. 하지만 카페를 운영하려는 여러 프로그램 계획이 참 좋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재정문제와 소수 이민자단체라는 한계를 넘지 못하고 최종 심사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비록 이번에 최선을 다하며 계획한 것이 좌절되었지만,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다시 점검하고 새로운 길을 찾으려고 한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우리가 파독 어르신들을 섬기려는 마음이 변치 않고 신실하게 섬긴다면, 언젠가 더 나은 장소에서 더 좋은 모습으로 어르신들을 섬기게 될 날이 올 줄 믿는다.
해로는 존탁스카페에 정기적으로 출석하시는 어르신들과 지난 10월 4~5일까지 2박3일의 일정으로 수련회를 다녀왔다. 집을 떠나 여행이 가능한 어르신 11명과 봉사자 5명이 브란덴부르크 인근의 수련시설에서 편안한 쉼과 친밀한 교제를 나누는 휴양의 시간을 가졌다. 두 차례의 사전 답사를 통해 어르신들과 함께 할 프로그램과 동선을 세밀하게 준비하였다. 어르신들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여 여유를 가지고 편히 쉬실 수 있도록 일정을 계획하였다.
평화로운 호숫가 동네의 아름다운 자연을 눈에 가득 담으며 마음까지 힐링이 되는 산책을 하였고, 브란덴부르크 돔의 유적지를 탐방하였고, 배를 타고 돔 인젤을 한 바퀴 돌며 즐거운 여흥의 시간도 가졌다. 모든 참가자가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서로서로 기도 제목을 나누면서 서로를 위해서 손잡고 기도해 주는 “짝 기도” 시간을 통해 서로를 더 깊이 알아가게 되는 유익한 시간도 있었다. 저녁에는 찬양과 말씀의 예배를 통해 하나님 안에 거하면서 누리는 영생의 의미를 묵상하며, 천국에 대한 확실한 소망을 품는 은혜의 시간도 가졌다.
모든 참석자들이 내년에도 수양회를 또 하자고 하시며 해로 존탁스카페의 첫 번째 수양회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해 주셨다.
해로의 섬김은 멈추지 않고 계속 전진하고 발전할 것을 믿는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너희가 내 안에 거하고 내 말이 너희 안에 거하면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구하라 그리하면 이루리라”(요한복음 15:7)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
1334호 18면, 2023년 10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