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회 다문화 축제 마당에서
지난 토요일 오후, 베를린 한 귀퉁이에서 작은 동네 축제가 열렸다. 외국인이 많이 사는 베를린답게 축제 이름이 “다양성 축제”. 베를린 빌머스도르프 구에서 주최한 이 축제는 오대양 육대주에서 모인 다양한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축제를 주관하고 진행한 곳은‚판게아 하우스‘에 둥지를 튼 이민 단체들로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활동가들이다. 먼 옛날, 지구의
지난 토요일 오후, 베를린 한 귀퉁이에서 작은 동네 축제가 열렸다. 외국인이 많이 사는 베를린답게 축제 이름이 “다양성 축제”. 베를린 빌머스도르프 구에서 주최한 이 축제는 오대양 육대주에서 모인 다양한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축제를 주관하고 진행한 곳은‚판게아 하우스‘에 둥지를 튼 이민 단체들로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활동가들이다. 먼 옛날, 지구의
스스로가 예쁘면서 주변까지 예쁘게 만들어준다는 꽃은 언제 봐도 좋다. 어느 여름날, 들판에 가득한 야생화를 꺾어 와서 화병에 꽂은 후 지인에게 자랑했다. 그것을 본 지인은 한숨을 쉬며 내게 말했다. „좀 예쁘게 꽂지.. 꽃도 예쁘게 꽂힐 권리가 있어요!“ 내 눈에는 이미 무조건 예쁜데 그 지인이 쓱 쓱 만져주니 갑자기
„사망시 불에 태우지 말고 그냥 묻어주기. 연락처: ……..“ 지난봄 세상을 떠나신 Y 할머니의 집을 정리하며 찾아두었던 할머니의 자필 메모가 서랍 속에서 튀어나왔다. Y 할머니는 이미 자신의 묫자리를 예약해두고 계셨기에 돌아가신 후 장례절차가 수월히 진행되었던 분이다. 장례식 후 이미 석 달이 지났기에 묘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져서 퇴근길에
오늘은 영숙 할머니 댁의 빨래를 도와드리는 날. 할머니 댁을 방문하는 자원봉사자가 여름휴가를 떠난 터라 내가 대타를 뛰는 날이다.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 사시는 영숙 할머니의 독방 아파트에는 세탁기를 들여놓을 공간이 없다. 다행히 건물 지하에 동전 세탁기가 있어서 할머니는 그곳을 이용하신다. 공용이라 예약해 둔 시간에만 세탁을 할
"샤이-쎄-에-.."편지를 읽던 70대 중반의 여류 화가는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한숨인지 욕설인지 모호한 소리를 흘린다. 오늘은 언니가 치매 요양원으로 들어간 날. 언니를 요양원에 데려다주고 빈 집으로 돌아온 그분은 나와 침실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이사랍시고 요양원으로 가져간 것은 작은 서랍장 하나와 옷 가방 달랑 하나. 살던 집은 한 달
사단법인 <해로>에서는 옛 사진을 볼 기회가 많다. 직접 사진을 가지고 오시는 분보다는 환우 방문 중에 우연히 보게 되거나 요양병원에서 돌아가신 분의 짐을 정리하며 보는 경우가 더 많고 파독 당시 상황을 취재하려는 젊은이들을 위해 <해로>에서 어르신과의 인터뷰를 주선하며 더불어 옛 사진을 보게 되기도 한다. 그렇게 하나 둘
“팀장님, 죄송하지만 우리 어머니 방의 옷장 안쪽에 제가 수의를 넣어 두었는데 좀 찾아봐 주시겠어요?”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한없는 송구스러움이 담겨있다. 요양원에 계신 Y 할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멀리 떨어져 사는 자식들은 임종을 지키지도 못하였고 어머니가 계신 베를린으로 한걸음에 달려오지도 못하였다. 코로나로 모든 여행이 제한된 때여서 당일도 익일도
“나 추워. 내 손 좀 따뜻하게 데워주겠니?” 그림책의 주인공인 ‘오리’가 친구인 ‘죽음’에게 건네는 대사다. “내가 함께 있을게 (원제 Ente, Tod und Tulpe)” 라는 한국어 제목으로 번역된 독일의 동화 작가 Wolf Erlbruch 의 그림책은 <해로 호스피스 교육>에 사용되는 교재이다. 어린이용 그림책이지만 죽음과 삶이 함께하는 부분을 자연스럽게 묘사한 명작이다. 초로의
퇴근 후 부랴부랴 밥을 짓고 한술을 막 뜨려는데 처음 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E 할머니가 계신 요양원의 주치의라고 밝힌 상대방은 최근 들어 나빠진 할머니 상태를 상의하려고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E 할머니는 치매로 요양원에 계신 분이다. 자녀가 모두 먼 도시에 살고 있어 요양원에는 가까운 사람 연락처로 내
“저도 얼른 남자친구가 생겨서 키스해보고 싶어요.” 모태 솔로 자원봉사자 Y 양의 수줍은 고백이다. Y 양은 독일에서 대학을 다니기 위해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바로 독일로 왔다. 그리고 유학 초기, 독일어를 배우는 어학원생 신분으로 입시 스트레스가 많았을 텐데도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고 비영리 단체인 <해로>를 찾아왔다. 자원봉사자 교육을 시작할